‘툭’하면 고소·고발…정치 이슈 사법行 해법 찾는다

2024-07-01

법무부가 한해 수십 만 건에 이르는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해법 모색에 나섰다. 개인 사이 문제는 물론 국회 내에서 해결해야 할 정치적 사안마저 사법 체제 안에서 판단을 받으려는 이른바 ‘일상의 사법화’ 현상을 짚어보기 위해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법무연수원 기획과는 지난달 20일 ‘한국 현대사회의 형사법 중심 법문화 현상에 대한 역사적 원인 고발’을 주제로 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연구 기간은 오는 11월 20일까지로, 케이제이인문경영연구원이 맡는다. 법무부가 이민·교정 정책이나 해외 법 제도 분석, 국제투자분쟁(ISDS) 등 제도적 측면이 아닌 형사사법 추이에 대해 연구용역에 나서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형사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있는지, (모든 사안을) 형사 사법으로 가져오는 지에 대한 역사·문화적 원인을 찾고자 하는 연구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연구 용역에 대한) 활용은 향후 결과를 보고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쏟아지고 있는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문화·역사적 배경을 진단해 앞으로 활용 방향도 결정한다는 얘기다.

법무부가 연구 용역에 착수하면서 예의 주시하는 부분은 민사 소송 제도 등 서양의 근대 법제가 도입되고도 수십 년의 기간이 지났으나, 왜 여전히 국내에서는 형사 고소·고발이 빗발치고 있는지다. 특히 정치적 분쟁을 사법부 판단에 떠넘기는 등 각종 사안을 형사 사법 집행 절차에 따라 해결하려는 법 문화가 생긴 배경에 문화·역사적 원인이 있는 지도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실제로 국내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해마다 30만여건에 육박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 사건은 27만2294건으로 2022년(25만536건)보다 8.68% 늘었다. 2021년(22만9313건)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736건 꼴이다. 올 들어 단 5개월 만에 제기된 고소 사건 만도 12만6533건에 달한다. 고발 사건의 경우도 해마다 5만1000건~5만9000건을 기록하는 등 일 평균(지난해 기준) 161건의 고발 사건에 접수됐다. 게다가 정치권이 국회 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건까지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고 하면서 정치 사법화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화와 타협 등 소통으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법정까지 끌고 오면서 사법 신뢰성만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툭 하면 고소·고발장을 남발하면서 ‘고소 공화국’이라는 말은 이미 오랜 전부터 제기됐다”며 “이미 만들어진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 지 보는 게 사법부 본연의 역할인데, 정치적으로 논쟁이 이뤄져 답을 찾아야 하는 영역까지 사법부에 답을 내라고 하는 부적절한 행위마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모든 문제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데다, 이에 대한 법원 판단조차도 불복하는 분위기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도를 넘어선 정치의 사법화가 사법부 신뢰마저 추락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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