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쏘아 올린 ‘전원 여성 탑승 우주선’ 뉴 셰퍼드(NS-31)를 두고 유명인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NS-31이 62년 만에 여성만 탑승한 우주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젊은 여성들에게 과학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베이조스의 약혼녀인 로런 산체스, 유명 팝가수 케이티 페리 등 셀러브리티(유명인)로 구성된 ‘11분짜리’ 우주여행에 대해 자원낭비이며 페미니즘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플랫]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우주선의 귀환
미국의 배우 겸 모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소셜미디어 틱톡에 이들의 우주비행에 대해 “헛소리”라고 비판했다. 라타이코프스키는 페리가 착륙 뒤 우주선에서 내리면서 땅에 입 맞추고 “어머니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당신은 어머니 지구를 소중히 여긴다고 하면서, 지구를 파괴하는 회사가 제작하고 비용을 지불한 우주선에 탑승했다. 이들을 우주로 보내는 데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됐지 생각해보라”고 비판했다.
배우 올리비아 먼은 지난 3일 방송에 출연해 이번 비행에 대해 “지금 세상에는 정말 중요한 일이 너무 많다”며 “우주로 가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지금 계란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먼은 이번 비행이 “탐욕적”이라 평하며 “우주 탐사는 지식을 넓히고 인류를 돕기 위한 것이다. 그들이 우주에서 무엇을 해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엄청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이 단시간 우주 비행을 떠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항공우주국(NASA)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조직의 다양성을 폐지한 것보다 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술가 론다 맥밀런은 엑스에 “페리와 산체스가 10분 동안 ‘우주’에 가는 게 ‘여성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미 NASA에서 일했던 여성들이 해고당하고 사이트에서 자기소개가 삭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모이라 도네건은 ‘블루 오리진 비행은 미국 페미니즘의 완전한 패배를 보여줬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번 비행은 페미니즘의 승리이자 과학의 승리로 치켜세워졌지만 한때 과학 발전과 페미니즘 진보를 가능하게 했던 미국에 대한 일종의 장례식과 같았다”며 “우주는 이제 부유하고 자기애적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셀카를 위한 배경이 됐다”고 꼬집었다.
도네건은 “비행을 기획한 산체스는 비행사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것이 여성의 승리라고 홍보했지만, 그들을 우주로 데려간 것은 산체스 약혼자의 로켓”이라며 이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것 등에 대해 ‘반여성주의적 비전’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산체스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블루 오리진에 와서 우주선에 온 마음과 영혼을 쏟는 수천명의 직원을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텍사스에서 발사돼 총 11분간 비행한 NS-31에는 산체스, 페리, TV 진행자 게일 킹, 영화 제작자 케리앤 플린, 생체우주공학 전문가 어맨다 응우옌, 교육 기업가 아이샤 보우 등 총 6명의 여성이 탑승했다. 1963년 구소련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보스토크 6호에 단독 탑승한 이후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우주선은 처음이다. 이들 중 우주와 관련된 경력을 지닌 이는 어맨다 응우옌, 과거 NASA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아이샤 보우 두 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텔레그래프는 블루 오리진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우주선 티켓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좌석 예약에만 15만달러(약 2억1300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