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답지 않은 해피엔딩?…17번이나 죽다 산걸요

2025-03-06

학살 위기 속 평화 시위

한심스러운 인간의 모습

동물에 빗대 보여준것 뿐

송강호 같은 러팔로?

전작 챙겨봤다더니…

‘봉’만의 대사톤 아는듯

영화 ‘미키 17’(감독 봉준호)이 4일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오랜만에 극장서 즐길 만한 영화가 등장했다는 평이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다양한 화두에 대해 곳곳에서 토론도 벌어지고 있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봉준호 감독에게 편파적인 질문 세 가지를 던졌다. 키득거리며 대답하는 그는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쟁점1. 봉준호 작품에서 보기 드문 해피엔딩, 왜?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이 작품은 기존 봉준호 감독 작품 중에서 보기 드물게 꽉 닫힌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봉준호와 해피엔딩은 안 어울린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하자 봉준호 감독은 새침하게 웃었다.

“다들 너무하시네~! 결말을 보고도 안 믿겼나 봐요? 하하. 그런 편견을 가진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제 영화 속 주인공들을 가혹하게 대했는데, 이번만큼은 ‘미키’에게 그렇고 싶지 않았어요. 이미 17번 죽을 뻔한 애를 또다시 죽일 순 없었으니까요. 또 두 시간 내내 나쁜 정치인을 봐온 관객들에겐 좋은 정치인이 된 나샤를 보는 것으로 끝내고 싶었죠. 다만 그 앞에 배치된 악몽 장면에선 굉장히 다크한 단편영화처럼 찍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악몽을 극복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또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긴 했어요.”

■쟁점2. 크리퍼들의 평화 시위는 무엇을 의미하나

인간들로부터 학살 위기에 처한 크리퍼들은 반격하는 대신 우주선을 에워싸고 빙빙 돌며 비교적 평화로운 시위를 한다. 마치 부패한 옛 수뇌부들을 물러나게 한 촛불 정신이 생각난다고 하자 봉 감독은 에둘러 선을 그었다.

“이 작품은 2021년에 쓰인 작품이고 원작 소설도 있어요. 물론 크리퍼들이 벌판에 쏟아져나와서 어린 크리퍼 하나를 석방하라고 조용히 시위하는 모습은 반대쪽 인간 사회와 명백한 대조가 될 거로 생각했죠. 인간들은 ‘미키’ 하나를 지목해서 계속 죽을 위기에 몰아넣지만 아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잖아요? 반면 반대진영인 크리퍼들은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 쏟아져 나와 평화 시위를 하는데, 그 수장인 마마 크리퍼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도 그려지죠. 동물에 빗대어 인간이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쟁점3. 마크 러팔로, 韓 송강호 보는 듯한데?

신기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한국적 정서에 스며든 느낌이다. 봉준호 감독은 오히려 그런 반응을 더 신기하게 여겼다.

“오, 혹시 ‘기생충’을 보고 다들 흉내 낸 건가, 그건 아니겠죠? 하하. 아무래도 오스카 수상 이후 미국 배우들에게 제가 누군지, 제 전작이 뭔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긴 했어요. 만나면 다들 ‘기생충’ 얘기를 하고,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제 전작들도 자기가 좀 더 많이 봤다는 걸 어필하거든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제 영화 속 배우들이 움직이는 톤과 뉘앙스를 그들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네요. 제가 의도적으로 한국식 디렉팅을 한 건 아니고, 어쩌면 제 작품 속 대사 톤을 아니까 배우들이 그런 식으로 연기한 게 아닐까요? 토니 콜렛도 극 중 마크 러팔로 이마 뾰루지를 짜주는 장면에서 ‘SF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 어딨냐’며 빵 터졌어요. 그게 봉준호답다면서요.”

‘미키 17’은 전국 극장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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