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 칼럼니스트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다툼을 벌이는 것을 설왕설래라 한다, 옥신각신하는 상황이다. 마치 옥상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듯 언변이 끊임없이 오고 가곤 한다. 숨 가빠 상당히 가파르다.
어쩌다 나라가 계엄 난국이 되면서, 대통령 탄핵을 두고 여야 간에 가타부타 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소한 이슈에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벌이는 말싸움은 이미 논쟁의 수위를 넘어 죽기 아니면 살기 판이다. 어느 대목에서 나온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개한테 한 번 물린 것일 뿐, 그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기가 막힌 비유 아닌가. 어지간히 저속하다.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의 논란이 된 발언들을 담은 ‘망언집’ 초간을 내어 배포했다 한다. 야당 대표가 과거 어느 시장 재임 시 발언을 경제, 복지, 노동, 법치, 외교 등으로 나눠 정리했다는 것. “제각기 흩어져 있지만, 한데 모으면 나라를 뒤흔드는 극히 위험한 그림이 된다.”고 하고 있다. 상대 당 대표의 망언집, 의도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내는 걸 옛날엔 상재(上梓)라 했다. 가래나무에 글을 올린다는 뜻이다. 종이가 없던 시절 책을 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책 낸 이의 공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는 짐작이다, 과문이나 들어 본 적이 없는 일인 것 같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희한한 접근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왜일까. 이 나라의 정당정치가 웬만큼 자리 잡을 때가 됐는데도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이러고도 앞으로 만나 국정을 논의할 수 있을까. 도대체 정치인들의 속은 검은지 흰지 알 수가 없다.
전과 4범이자 12개 범죄 혐의자라 지적하면서, 그가 이제는 국정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한 언급도 눈에 불편하다. 법의 판결을 두고 한 말인가. 아니면 심판이 진행 중인 것을 잠시 끄집어낸 것인가.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야에서 여를 가리켜 내란수괴 옹호당이라 한 말이 떠오른다. 여당이 거기까지 안고 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것 아닌가. 아무래도 억울한 노릇으로 헤아리게 된다.
언어에서 우리 정치가 몹시 타락하고 있다. 정치가 막말의 예술은 아니잖은가. 상대를 공격함해 내 편을 결집시키려 증오 가득한 혐오의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 작금이다.
혜성처럼 등판한 신예 정치인도 “대행을 깡패처럼 협박하더니, 이제는 탄핵으로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한다. 우리 국어에 이런 문법은 없다. “범죄자가 대통령이 된다는 건 처음”이라 저격한 이도 있다. 심지어 “반일 감정이라면 농약도 먹을 사람들”이란 말이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섬뜩한 말들만 무성한 게 아니다. 온 나라가 광적인 탄핵 열풍에 휩싸였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뉘어 수십만 명이 거리에 나섰다. 한쪽에선 즉각 파면하라, 또 한쪽에선 탄핵 반대, 구호와 함성이 밤낮없이 도심을 뒤덮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탄핵 심판 선고 뒤가 문제다. 극단적인 반목질시로부터 원상회복이 어려운 게 국민 통합이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정치인의 금도(襟度)를 되찾았으면 한다.
되새겼으면 하는 금언이 있다.
“오는 방망이에 가는 홍두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