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환율 향방, APEC이 분수령

2025-10-21

올해 7월 말 우리나라는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양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타결 직후부터 일부 이견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트럭·농산물 시장의 완전 개방을 주장했고, 러트닉 상무장관은 투자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쌀과 소고기 등에 대한 개방 요구가 있었지만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retain’이라는 문구는 수익 재투자 개념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미투자 3500억 달러 중 직접 현금이 지출되는 지분투자는 5% 정도이고, 대부분은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 형태로 구성하며 일부는 대출로 채우는 방안이었다. 규모도 3500억 달러는 상한선으로 인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8월 초 투자펀드 MOU 초안에서 전액을 현금 흐름(cash flow)으로 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9월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강조하며 현금성 투자를 압박했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의 투자 규모인 5500억 달러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국 간 후속 합의 지연으로 원화 약세가 가팔라졌다. 일본의 자금 조달 방식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일본무역보험(NEXI)의 출자·융자·보증을 활용하고 절반은 외환자금특별회계의 당좌예금과 만기 미국채로, 나머지는 정부보증 달러채권과 미일 통화스와프로 충당한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 거래가 없다고 하나 일본 내부에서도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미투자 규모는 경상수지, 순대외금융자산, 외환보유액,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일본보다 훨씬 부담이 크며 현실적으로 한 번에 3500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행은 연간 조달 가능 규모를 외환보유고 150억 달러, 외화표시 채권(KP물) 발행 50억 달러 등 총 20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고, 김용범 정책실장도 수출입은행·산업은행을 포함해 200억~3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정부는 연준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했지만 과거 한시적 운용 사례를 감안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ESF)은 규모가 작고, 원화 담보 대출이나 외국환평형채권 발행도 금융시장 충격을 불가피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금성 지분투자 비중을 최소화(10~20%)하고 보증과 대출의 비중을 높이는 협상이 필수적이다. 또 투자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우리 측의 수익배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최근 베선트 재무장관은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APEC 정상회의'가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우려가 완화되면 안정세를 되찾겠지만, 양국 간 펀더멘털 격차와 해외투자 확산 추세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1300원 이하로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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