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공식 발의된 상태다. 이 개정안 핵심은 액셀러레이터(AC) 의무 투자 대상 기업 업력을 현행 '창업 3년 이내'에서 '창업 5년 이내'로 완화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연장 규정이 아니라 4~5년차 스타트업들이 겪는 구조적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그동안 AC는 법에 따라 설립 3년 이내 기업에만 주목적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투자 자금이 극초기 단계 기업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창업 4~5년차 스타트업이야말로 기술과 시장성을 이미 검증받았음에도, 도약을 위한 대규모 자금과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오히려 정부의 보육사업이 대부분 3년 이내 기업에 집중되고, AC 투자 의무까지 겹치면서 초기 기업에는 자본이 과잉 배분되는 반면에, 정작 4~5년차 기업은 자금 공백에 직면해 '지원 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이 자금 단절은 곧바로 성장 중단과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 국내 스타트업의 폐업률은 4~5년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발의된 개정안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AC의 주목적 투자가 5년 이내 기업으로 확대되면, 극초기 기업은 정부 예산과 초기 민간 투자로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고, AC는 4~5년차 기업에 후속 투자로 성장 사다리를 이어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투자 대상을 늘리는 조치가 아니라, 창업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자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스타트업 지원은 평균 5년 이상을 전제로 운영된다. 미국과 유럽의 AC는 4~5년차를 본격 성장 구간으로 보고 집중 지원을 이어간다. 반면에 한국만이 법적으로 3년 이내 기업에만 AC 투자를 제한해왔던 것은 불합리한 제약이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스타트업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지원 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다. 올해 AC업계는 이언주 의원, 한준호 의원, 권칠승 의원, 박지혜 의원, 김동아 의원, 허영 의원, 오세희 의원 등과 가진 네 번의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AC투자 행위제한 완화를 건의해 왔다.
무엇보다 시급하다. 최근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으로 스타트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4~5년차 기업은 매출 확대, 글로벌 진출, 인력 확보라는 중요한 분기점에서 추가 투자가 절실하지만, 현 제도 아래에서는 버티기 어렵다. 이번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돼야만 이들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초기 창업을 장려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4~5년차라는 성장의 분수령을 넘어설 수 있어야 비로소 회수와 성과가 이어지고, 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법안개정은 바로 그 분수령을 지켜내는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국회는 지체 없이 심의와 의결을 통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AC 주목적 투자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지금이야말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결단의 순간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