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풋옵션 앞두고 원금·이자 포기···CB 전환 후 엑시트
권리공매도 당일 주가 15% 급락···FI 매도 추정
월이율 15% 담보 대출···환매수 가능성 사실상 '희박'
[인사이트녹경=박준형 기자] 미국 경쟁사와의 소송전으로 기업 존폐 위기에 놓인 인슐린 펌프 회사 이오플로우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 청구가 쏟아지면서다. 현재 주식전환 시 평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FI들은 손실을 감수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모양새다. FI의 엑시트에 이오플로우 주가도 급락하면서 김재진 대표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I 엑시트에 주가 급락···파산 및 상장폐지 우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이오플로우는 전 거래일(3150원) 대비 15.08% 급락한 267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오플로우의 주가 급락은 FI들의 엑시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FI들이 주식전환청구한 CB의 권리공매도(신규상장 2일 전 매도 가능한 권리)가 이날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3회차 CB의 주식전환 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주식전환청구 규모는 약 145억원으로 3회차 CB 총액(170억원)의 85%에 달한다. 주식전환청구된 CB 중 80%에 해당하는 115억원 규모의 CB 주식전환은 오는 21일부터다. 해당 물량(약307만주, 지분 10.10%)은 이날(19일)부터 권리공매도를 통한 주식매도가 가능하다.
눈에 띄는 점은 FI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전환 및 매도에 나섰다는 점이다. FI들이 주식전환청구가 처음 이뤄진 지난 10일 이오플로우의 종가는 2545원으로 3회차 CB의 전환가액(3759원) 대비 32.30% 낮다. 주식전환 시 30% 이상의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날 종가(2675원) 역시 전환가액을 28.84% 하회하고 있다.
CB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띄는 채권이다. 발행 후 특정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전환 시점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낮을 경우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으며,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높다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등을 행사해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이오플로우 3회차 CB의 1차 풋옵션 행사 시점은 오는 6월9일부터다. CB투자자들은 조기상환시 원금과 함께 분기단위 연복리 5.0%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포기하고 주식전환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해당 CB는 주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옵션도 있다. 오는 4월8일이 2차 리픽싱일로 전환가액을 더욱 낮출 수 있음에도 손실을 감수하고 CB를 처분한 셈이다.
FI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엑시트에 나선 것은 이오플로우의 소송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경쟁사 인슐렛과의 영업비밀을 침해 소송 배상 평결에서 패소했다. 배상 규모는 4억5200만달러(약 6507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3분기말 이오플로우 자기자본(약 319억원)의 약 20배에 달하는 규모다. 평결 확정 시 파산 및 상장폐지가 유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B가 채권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일반 채권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회사가 파산할 경우 순위가 밀려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FI들의 엑시트가 채권 회수 불가를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김재진 주식 90% 담보 대출···기한 내 상환 가능성 '희박'
FI들의 엑시트로 이오플로우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김재진 대표의 지배력도 흔들리고 있다. 앞서 김재진 대표가 지난달 보유주식(약270만주)의 90%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는 지난달 24일 회사의 유휴자산 80억원을 환매수 조건부로 ‘아이피브이’에 매각했다. 환매수 조건이 걸린 만큼 이오플로우는 2026년 4월까지 원금의 3.25배인 260억원을 주고 유휴자산을 되사올 수 있다. 반면 이오플로우가 환매수하지 않을 경우 김재진 대표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아이피브이에 넘어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유휴자산인지는 공시되지 않았으나, 특허권 등 이오플로우 사업과 연결된 지적재산권(IP)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피브이의 사업목적이 IP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이피브이는 지난해 12월31일 설립된 법인으로 자금조달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에 가깝다. 사업목적은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정보 분석 및 컨설팅, 라이선싱 △기술평가 및 이전업 △인수합병(M&A) 컨설팅 △투자자문 △기업 투자·융자 등이다.
실제 이오플로우는 현재 보유한 토지 등 유형자산을 통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오플로우가 보유한 주요 사업장인 곤지암 공장의 경우 지난 3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20억원의 가압류(채권자 인슐렛)가 결정됐으며, 한국산업은행에 근저당(최고액 216억원)이 설정된 상태다.
이오플로우가 아이피브이에 지급해야할 금액(260억원)은 단순 계산했을 때 월이율이 15%에 달한다. 이오플로우는 상장 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작년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05억원에 그친다. 유동자산을 전부 더해도 174억원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기간 내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주가 상승 타이밍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환매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장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없으면 올해도 버티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간 이오플로우의 연평균 판관비는 320억원에 달한다.
한편 <녹색경제신문>은 향후 자금 계획 및 유휴자산 등에 대한 문의를 위해 이오플로우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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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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