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가는 K-바이오, 인재 이탈 방지 '최우선'

2025-01-22

국내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인천 송도로 이전하려는 바이오기업이 늘고 있지만 직원들의 처우 문제로 일정이 미뤄지거나 아예 무산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업계는 인력이동이 잦고, 이는 회사의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인재 유치 차원에서 복지 메리트의 중요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사무실을 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월 1공장 착공에 따라 전 직원들의 송도 출근을 확정했다. 1공장은 2025년 하반기 말 준공, 2027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부서는 작년부터 출근을 시작했고, 서울에 남아 있던 내근직도 오는 2월부터 송도로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 등의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 회사 측은 대표 교체 등의 상황 변화로 계획이 연기됐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빗발치면서 현재까지 통근 셔틀버스 노선을 확정짓지 못했고, 롯데그룹 비상경영 선포 후 셔틀버스 유료화 가능성까지 거론돼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 관계자는 "꼭 송도가 아니더라도 공장이 지어지는 지역에 사무실을 두는 것은 전제로 깔려 있던 부분이다. 다만 지난해 말 대표이사가 새로 왔기 때문에 업무 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고 분위기도 바뀌며 (내근직 전원 송도 출근 계획이) 백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출근 계획이 멈추면서 버스 노선이나 다른 부분들도 없던 얘기가 됐다. 이미 송도로 이사를 갔거나 업무상 필요한 인력들은 송도로 출근 중"이라며 "종국에는 송도로 가야하는데 새로운 방향으로 계획을 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아예 송도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회사는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글로벌 R&PD센터에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었다. 올해 판교 본사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가 SK그룹 관계사와의 시너지를 위해 송도 이전을 결정했다.

회사는 연구 역량 강화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 때문에 판교에 남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출퇴근 부담을 느낀 인력들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R&D 인력을 포함, 판교 사무실에 근무 중인 직원 수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측은 "물리적 시너지를 위해 송도로 가는 분위기였으나 현 시점에서는 연구에 포커싱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 따라 남기로 했다. 판교에 인력이 많기도 하고, 연구 쪽으로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또 거리가 멀어지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송도 이전을 적극 추진한 이유는 바이오 클러스터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과 멀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직원들의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기업들은 때아닌 '복지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서울 등 특정 지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놨을 텐데 갑자기 송도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 아예 이주를 하거나 부담을 느끼면서 회사를 다녀야 할 것"이라며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고, 직장을 구할 때에도 출퇴근 시간, 방법 같은 부분이 많이 고려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메리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송도에 있는 대기업 계열 터줏대감을 넘어설 수 있는 파격적인 복지 메리트가 없으면 인재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롯데바이오 인력들은 월드타워 근무 만족도가 높았다는 얘기가 있다. 사업 초반에는 스톡옵션으로 인력들을 많이 끌어갔는데 3년차에 접어들면서 직원들이 사업 진행 현황 등을 다 알게 됐을 거다. 처음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며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많은 생산인력이 필요해진다. 또 생산 쪽은 젊은 인력이 많기 때문에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재 유지가 힘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송도에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 바이오기업들이 몰려있는 만큼 기업들은 인력 유지를 위해 처우개선, 복지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는 모습이다.

롯데바이오는 1공장 이후 추가로 지어지는 생산공장에 직장 내 어린이집, 복지 전용 시설 등을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SK바이오사이언스도 하반기 글로벌 R&PD센터 완공에 맞춰 직원 복지 등을 검토 중이다. 일부 확정된 사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부터 복지동 신설 등을 검토했다. 현재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직원들의 편의 확대와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는 유일하게 복지 전용 시설인 '바이오플라자'를 두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제1캠퍼스(1~4공장, 60만4000리터)만으로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72만 리터의 제2캠퍼스(5~8공장) 구축에도 나서고 있어 임직원 복지에 힘쓰는 모습이다.

바이오플라자에는 사내병원부터 대형 피트니스센터 및 카페테리아, 스타벅스 등 각종 F&B시설을 포함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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