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의 추구미-②헤지스]이제는 ‘언니·오빠룩’…‘아이코닉’의 힘

2025-03-07

올드한 이미지 벗고 트렌디한 '패밀리 브랜드'…클래식한 아이코닉 라인 꾸준한 인기

국내외 매출 1조원, 해외매장 560개…중국, 대만, 베트남 등 고급화 전략 성공

[미디어펜=이다빈 기자]헤지스는 2000년 첫 론칭한 이후 국내와 해외를 더불어 연 1조 원대 매출 규모로 성장한 토종 캐주얼 브랜드다.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의 경우, 젊은 소비자에게 다소 올드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헤지스는 세대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헤리티지(Heritage,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는 유지하면서, 트렌디한 요소를 더해 20대부터 50대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패밀리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7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헤지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 H'를 찾았다. 2018년 문을 연 스페이스 H는 총 4층 규모의 약 1200㎡ 공간에 헤지스 맨, 우먼, 악세서리, 골프 라인까지 모든 라인업과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경험 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로잉 팀이었던 ‘헤지스 클럽(HAZZYS CLUB)’에서 유래했다는 브랜드 스토리를 보여주는 인테리어와 소품들도 돋보인다.

최신 유행부터 시간이 갈수록 멋스러운 고급 아이템까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이 매장이 곧 헤지스의 정체성이다.

◆'남친룩' 아우터 퀄리티 눈길…기본에 충실한 클래식 정장

‘헤지스 맨’ 라인은 헤지스에서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캐주얼 아우터에 시선이 갔다.

아우터의 경우 이른바 로고플레이(브랜드 로고를 눈에 띄게 강조하는 것)를 하지 않아 오히려 매력적이다. 브랜드 이니셜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동물인 영국의 사냥개 '잉글리쉬 포인터'를 형상화한 모습의 'h' 로고 대신, 주머니나 앞판 하단에 작은 직사각형 패치 형태로 부착된 로고가 분위기를 살렸다. 브랜드 정체성에 의존하기보다 제품 자체의 품질로 승부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우터 라인만 봤을 때는 헤지스 우먼보다 더 젊다는 느낌도 받아 아빠보다는 '오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제품이 많았다. 헤지스의 유스 라인 '헤지스 히스(HIS)' 제품이 더욱 그렇다. 헌팅 자켓, 바람막이, 블루종, 야상, 집업 점퍼 등 제품군도 다양하다.

이번 시즌 신제품 ‘헤지스 히스’의 '카키 워크자켓'도 눈에 들어왔다. 면 100%의 신축성 없는 탄탄한 소재로 워크자켓의 정체성을 살렸다. 안감 없는 얇은 소재라 간절기에 입을만하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크게 유행해 품절대란을 빚은 '칼하트 워크자켓'과 비교했을때 크게 거칠거나 텁텁한 느낌이 없고 기장도 충분히 넉넉해 활용도가 좋아보였다. 좌우와 가슴에 큰 아웃포켓과 팔꿈치에 덧댐 디자인, 살짝 들어간 워싱 디테일이 적당히 빈티지한 느낌을 낸다. 카키, 차콜 그레이, 세이지 그린, 오렌지 컬러로 나왔다.

헌팅 자켓도 실용도가 좋아보였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핏과 적당하게 미니멀한 기장에 코듀로이 소재 카라와 체크 안감 디테일이 특징이다. 헤지스 맨 라인으로 나왔지만 여성인 기자가 시착해봐도 미니멀한 기장이 너무 러프하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줬다. 워싱이 크게 들어가지 않은 점도 깔끔해 마음에 들었다. 아메리칸캐주얼 코디에 관심있는 20~30대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을 디자인이다.

헤지스 유스(Youth) 라인인 히스는 2030세대를 겨냥해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영입에 투자하고 있다. KITH, 에임레온도르 등 핫한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약해 온 실력 있는 1990년대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벤자민 브라운(Benjamin Brown)'을 영입했다. 올해 가을겨울(FW) 시즌부터 헤지스의 영라인을 새롭게 바꿔나갈 계획이다.

헤지스 클래식 제품은 ‘역시는 역시’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브라운 린넨혼방 패턴 자켓'이 눈에 띄었다. 치노팬츠와 함께 매치해 정장 세트로 입기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정장 디자인이지만 아웃포켓으로 너무 올드하지 않은 느낌이 난다. 조직감이 느껴지는 헤링본 원단에 마 100% 소재로 착용감이 가볍고 편안했다.

◆아이코닉 시리즈, 유행타지 않는 '근본 디자인'

헤지스 우먼 라인에서는 역시나 아이코닉 라인이 돋보였다. 유행을 타지 않은 기본 제품이라 최근 유행한 올드머니룩', '드뮤어룩' 스타일링을 연출하기 좋다.

기자의 눈에 들어온 제품은 지난해 FW 아이코닉 시리즈로 출시된 '울 캐시미어 케이블 가디건 그레이' 제품이다. 탄탄한 니트 짜임을 바탕으로 클래식한 브라운 버튼, 소매와 기장 끝에 시보리 밴딩이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깔끔하다. 아이코닉 시리즈답게 청바지, 면바지, 스커트 등 다양하게 매치가 가능해 베이직하게 연출하기 좋은 가능한 실용적인 제품이다.

울 89%, 캐시미어 11% 혼방 소재인 만큼 착용감이 부드럽고 몸에 감기는 느낌으로 신축성도 적당하다. 적당히 도톰한 두께에 허리에서 떨어지는 기장이다. 평소 상의 95 사이즈를 착용하는 기자는 90 사이즈를 입었을 때 핏하게 스타일링이 됐고 셔츠나 이너를 함께 입는 경우에는 95 정사이즈가 적당해 보였다.

블랙, 그레이, 네이비 등 무채색 계열의 제품 외에도 밝은 컬러의 아이코닉 니트도 무난하게 포인트 스타일링이 될 수 있다. 봄이 오면 '케이블 라운드 스웨터 블루'와 올해 SS 신제품으로 나온 '면 라운드넥 케이블 긴팔 풀오버 바이올렛' 제품의 색상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아 보였다.

실제로 아이코닉 시리즈의 컬러 별 점유율은 네이비, 블랙, 그레이 등 컬러 비중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뒤이어 레드, 화이트, 그린 등의 밝은 컬러가 각각 7% 비중으로 고르게 분산됐다. 아이코닉 시리즈 첫 구매 소비자는 다양한 하의에 받쳐 입기 좋은 네이비, 블랙 등 기본 컬러를, 재구매 소비자는 레드, 그린, 핑크 등 밝은 컬러를 구매하는 경향이 높다고 헤지스는 설명했다.

아이코닉 라인은 두터운 팬덤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세 약 90%를 기록하며 클래식 아이템으로의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고 있다. 헤지스 브랜드 전체 매출에서 아이코닉 라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 2020년 6%에서 2023년 약 30%까지 대폭 성장했다. 헤지스 매장에서 아이코닉 라인을 찾는 고객이 10명 중 3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국내 넘어 해외 사업도 순항

헤지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캐주얼 브랜드를 넘어 빠르게 해외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 270여 개 매장 외에도 중국 530여 개, 대만 20여 개, 베트남 10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의 가격과 디자인을 내수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헤지스가 첫 진출한 글로벌 국가는 중국이다. 2007년 말 중국의 3대 신사복 보유 업체인 ‘빠오시냐오 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 매해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매출은 2023년 연 매출 기준 전년 대비 약 30% 성장세를 기록했다.

헤지스는 주로 고소득층이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상해 강후이, 캐리 센터, 남경 금응 등의 지역 명품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해 고급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만 시장에는 2013년 4월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최초로 진출했다. 대만 대표 패션기업 ‘먼신 가먼트(Munsin Garment)’ 그룹과 손 잡았다. 대만의 최대 규모 백화점이자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대부분 입점해 있는 퍼시픽 소고의 본점인 충효점에 헤지스 단독매장을 오픈했으며 현재 대만 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있다. 대만에서 2023년 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상승했다.

2017년에는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최초로 베트남 패션 시장에 진출해 고급 캐주얼 브랜드로 안착했다.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에 캐주얼 매장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골프 단독 매장 등 카테고리를 늘리고 호치민으로 지역을 확장했다. 현재 베트남 내 총 10개 매장을 갖췄다.

헤지스는 글로벌 공략 무대를 기존 아시아를 넘어 중동, 인도, 유럽까지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협업, 프리미엄 원단 적용을 통한 품질 고급화, 글로벌 유통 채널 확보 등의 전략들을 지속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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