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명대 합계출산율 7년째 계속
공공주택으로 주거 안정 돕고
양극화하는 일·가정 양립 해소
손자녀 돌봄 수당 제도 안착을
우리나라 출산율(합계출산율을 지칭함)은 196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일시적인 반등들이 있었지만 대세는 꺾이지 않았다.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붐, 2006년 쌍춘년, 2007년 황금돼지해, 2010∼2013년 세계 금융위기 완화 시기 등에 다소 반등했으나 출산율은 1명 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다시 9년 만인 2024년에 출산율이 전년보다 0.03명 올랐다. 2023년 5월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출산율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것인가? 사실 출산율 결정 요인들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변화만으로 어떠한 판단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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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외국 정부들은 출산율의 단기간 변화에 관해 판단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경우, 출산율이 2006년 1.26명으로 당시 최저점을 찍었으나 단카이세대(베이비붐 세대, 1947∼1949년생)의 은퇴에 따라 청년 고용이 활성화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출산율의 본격적인 상승세 여부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는데, 이후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 1.45명까지 높아진 후 감소하여 2023년 1.2명으로 최저점을 경신했다. 독일의 경우, 출산율이 1994년 1.24명에서 최저점을 찍고 2016년 1.59명까지 높아졌으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었다. 이후 독일의 출산율은 계속 낮아져 2023년 1.35명으로 뒷걸음쳤다. 우리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출산율 변화에 대해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중한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현상(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이 23년간 지속되고, 0명대 출산율도 벌써 7년째로 고착화해가고 있는 국면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의 2024년 출산율 0.75명은 19세기 말 프랑스를 휩쓸었던 ‘문명 몰락’의 위기나 1910년대 독일 사회에 팽배했던 ‘민족 감소’의 공포를 훨씬 초과하는 ‘국가 소멸’ 수준이다. 즉,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일은 0명대의 ‘극저출산 늪’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의 대책’ 수준을 넘어선 ‘비상시의 개혁’이 요구된다.
우선 ‘주거 개혁’이다. 주거가 안정된다면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문제가 반감되어 결혼 선택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정부가 주택들을 매입하여 신혼부부에 공공 형태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과거 스페인 정부가 팔리지 않는 주택을 사서 젊은이들에게 공공주택으로 싸게 공급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결국 젊은이들은 주택 부족 등 거시경제적인 문제들로 자립이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결혼과 출산에 관한 관심이 감소했던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일·가정 양립 개혁’이다. 일하는 부와 모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는 육아휴직제도 등과는 무관하다. 우리나라 일·가정 양립 제도의 이용은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5의 보험제도를 도입해서라도 일하는 모든 부와 모가 일·가정 양립 제도들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희망하는 만큼 출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돌봄 개혁’이다.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근로자성’을 공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당 제공과 대우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두 자녀 이상 출산은 조부모의 도움을 통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끝으로 ‘문화 개혁’이다. 최근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비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자기 계발, 여가·문화 향유가 가능하도록 사회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저성장 등의 인구 오너스(onus)는 우리 모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혼과 출산의 어려움에 더 이상 무관심하거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극저출산 늪’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라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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