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과 법률적 책임

2025-10-09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과 그 확률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해 게임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최근 시행되면서 게임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 산업에서 다시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단순한 소비자 문제를 넘어, 디지털 경제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산업에서 데이터의 투명성은 곧 기업의 생명이다. 그러나 일부 게임사는 이용자들이 돈을 지불하는 '뽑기 확률'을 불투명하게 공개하거나 사실상 의미 없는 숫자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켜왔다.

이와 같은 논란 속에서 2024년 3월경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법적 의무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히 게임 이용자의 권리를 넘어 디지털 시장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확률'이라는 숫자 역시 공개된 전자적 데이터로서 소비자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확률을 숨기고, AI 추천 알고리즘이나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방식은 디지털 사회에서 기만적 설계(Deceptive Design)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니라 법적으로는 소비자 기망행위 내지 사기적 영업 관행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랜덤 박스'가 사행성 논란으로 규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비자단체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의무화 되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사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확률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를 입은 게임이용자가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것을 입증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공개가 디지털 투명성(Data Transparency)을 제도화한 첫 걸음이었다면, 이번 제도 개선은 디지털 투명성의 제도화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두 번째 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실효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첫째, 감독기관은 전자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게임사들의 확률 공개가 진정한 데이터 공개인지, 눈속임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둘째, 이용자 권리 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법적 장치가 디지털 소비자 분쟁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게임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적발사항과 관련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음은 게임이용자가 아닌 게임사가 직접 입증해야 함을 규정함으로써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실효성이 담보되도록 한 것이다.

게임은 본래 즐거움을 주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다. 그러나 확률을 불투명하게 감추고, 이용자의 지갑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교하게 겨냥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닌 전자적 도박에 가깝다. 이제는 게임 산업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고, AI·빅데이터 시대의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 및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은 한국 게임 산업이 디지털 신뢰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고 이용자들이 '흑우'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소비자로 존중받기 위해 법과 제도가 전자적 감시·검증 시스템과 결합돼야 한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디지털 시민으로서, 이 변화가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덕재 법무법인 YK 변호사 cdjlaw3@yklaw.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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