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수수료를 받는 초대형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인공지능(AI)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예측보다는 그럴싸한 포장과 뻔한 이야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지난달 발간한 2025년 은행 산업 전망 보고서를 계기로, 이같은 지적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 컨설팅 보고서에 대해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악의 축’ 또는 ‘악질의 그래프’(Axes of Evil)다. 원(Cricle)을 정사각형(Squares)으로 만들고 있다”고 냉소하며,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조차 AI가 은행 산업에서 ‘완전한 대체재’일지, 또는 ‘보조 수단’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맥킨지는 AI 도입에 대해 △뻔한 내용, △모호한 예측, △수학적 오류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알맹이는 없이 어쨌든 돈을 내놓으라는, 컨설팅 비용만 노린 뻔한 내용”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FT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은행들에게 기술 컨설팅을 팔기 위한 영업 멘트와 이미 알려진 업계 역사를 섞어 놓았을 뿐이다. AI 도입에 대해 은행과 고객의 반응이 엇갈리는 극단적 시나리오들을 나열하면서도, 명확한 ‘기본 전망(Base case)’을 제시하지 않고 중간 지점에 머물렀다. 게다가, 시나리오별 확률의 합계가 명확하지 않으며, 현실적인 다른 가능성은 배제시켰다.
이 보고서는 “왜 덩치(heft)가 아닌 정밀함(precision)이 뱅킹의 미래를 정의하는가”라는, 다소 멀미 나는 제목 아래의 본문은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즉, 은행들에게 맥킨지의 기술 역량을 은근히 홍보하는 동시에, 은행업계의 최근 역사를 요약해 반복 설명했다는 것. 이는 이 보고서를 구매할 만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다.
맥킨지의 주된 관심사는 AI 솔루션을 파는데에 있어 보인다. 그들은 AI를 ‘양날의 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검이 사용자를 향해서만 날이 서 있어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외날의 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슬쩍 빼놓고 있다.
맥킨지의 차트를 보자. 분석과 전문가 인터뷰를 거친 후에도, 이 컨설팅 회사는 은행들의 AI 도입과 관련해 다음 상황 중 어떤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첫째 시나리오. AI가 “모든 것을 혁신”해, 봇(bot) 대 인간의 비율이 100:1 이상이 될 정도로 대부분의 대면 은행 업무를 대체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은 금융 조언을 구할 때만 AI를 사용한다. 직불카드 배송이 계속 실패할 때는 사람을 찾는다.
둘째 시나리오. AI가 은행 내부에서는 “완전히 확장되지는 못한다”. 지식 근로자를 보조하는 데만 쓰인다. 하지만, 고객들 심지어 당신의 조부모님까지도 AI 에이전트를 대리자로 완전히 받아들여, 은행과의 모든 상호작용을 AI에게 맡긴다.
용감하게도, 맥킨지의 이 보고서는 은행과 소비자가 각자 중간 정도의 행동을 취하는 것에 가장 높은 확률을 부여했다. 하지만 ‘기본 시나리오’를 설정하는 것과 같이 불필요하게 대담한 확답은 피했다고 FT는 의아해했다.
이 보고서는 수학적으로도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구체적인 숫자가 적힌 원들의 확률을 합치면 80%가 되는데, 그 외에 5% 미만인 카테고리가 4개 있다는 것. 그렇다면 맥킨지는 이 4개의 희박한 시나리오들이 각각 거의 5%의 확률을 가진다고 보거나, 아니면 다음과 같은 다른 시나리오들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모든 것은 다 헛소리(fugazi)고, 우리한테 실행 컨설팅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미래에는 은행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혹은 “우리는 이미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다”와 같은 시나리오 말이다. 뭐, 아시겠지만.
맥킨지의 이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은행 산업의 다음 성장 곡선은, 규모가 아니라 정밀함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경영 컨설턴트들에게는 정밀함에 대한 의무가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라고 FT는 맥킨지의 이중적인 태도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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