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편애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그런 물건이 고장 나면 대체할 물건이 있어도 불만이 많아진다. 결국 그것을 고치거나, 똑같은 물건을 구해야 불만이 사라진다. ‘이케아 사각 콜랜더’가 나에게 그런 물건이었다.
콜랜더(colander)는 식재료의 물을 빼는 데 사용하는 우묵한 그릇을 말하는데, 물 빠짐 구멍이 있거나 촘촘한 체망으로 되어 있다. 쓰임새로 따지면 소쿠리에 가깝지만 뭉뚱그려 ‘채반’으로 불린다(본래 채반은 쟁반처럼 납작한 형태의 물건으로, 둥글고 우묵한 소쿠리와 구분된다).
여러 개의 채반 중에서 이케아 사각 콜랜더가 ‘최애’가 된 이유는 ‘싱크대에 걸어 쓰는 채반’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길이가 조절되는 손잡이가 달려 싱크대 폭에 맞추어 걸면 공중 부양한 상태로 물기를 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손잡이가 통째로 떨어졌다. 더 이상 싱크대에 걸 수 없게 된 것이다.
10년 가까이 ‘공중 부양 채반’에 익숙해진 나는 야채를 씻거나 국수를 삶을 때마다 불만 많은 사람이 되었다. 씻어도 씻은 것 같지 않고, 바닥에 놓고 쓰자니 고인 물이 재료와 닿는 게 신경 쓰였다. 안 되겠다. 고쳐야겠다. 결심하고 공중 부양 채반의 구조를 들여다봤다.
손잡이는 프레임에 용접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원상복구를 하려면 스폿용접(spot welding)*을 해야 하는데, 용접기를 사는 비용이 채반 열 개를 사는 비용에 맞먹었다.
새 공구를 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철사를 꼬아서 고정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 준비물은 스테인리스 철사와 펜치, 단 두 가지다. 철사의 굵기는 0.6~0.8㎜ 정도가 적당하다.
체망에 철사를 통과시킨 다음 프레임과 손잡이를 한데 묶었다. 맨손으로 서너 번 꼬아서 위치를 잡은 다음, 나머지는 펜치로 꼬았다. 철사 끝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펜치의 이빨 부분에 꽉 물리고 ‘당기면서’ 손목 바깥 방향(오른손잡이는 시계방향)으로 돌려준다.
여기서 집중할 것은 돌리는 힘이 아니라 당기는 힘이다. 철사를 꼴 때 당기지 않으면 같은 부위가 회전하면서 끊어지게 된다. 한 바퀴 한 바퀴 정성껏 당겨서 꼰 철사는 바깥에서부터 꼬아지기 시작해 회전수가 많아질수록 촘촘하고 아름다운 밧줄 모양이 된다.
단단하게 고정되면 1㎝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끊어낸다(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 철사 끝은 날카로워 다치기 쉬우므로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어 넣거나 글루건을 쏘아 마감한다.
일견 하찮아 보이는 기술이지만 써보지 않으면 그 유능함을 모르기도 한다. 철사를 꼬는 것만으로 채반의 공중 부양은 다시 가능해졌고, 덕분에 최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물건을 고쳐 쓰는 일은 반드시 원상복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임기응변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토록 잡다한 기술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 아닐까.
*스폿용접: 금속 판재의 한 지점에 전류를 집중시켜 가열·접합하는 용접법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