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간 ‘TSMC 전설’에 대만 충격…반도체 인재 전쟁, 더 뜨거워진다

2025-12-01

75세 전직 TSMC 고위 임원의 돌발 행보에 대만이 발칵 뒤집혔다.

주인공은 TSMC 연구개발(R&D)의 ‘전설’로 불리는 로웨이런(羅唯仁·Lo Wei-Jen) 전 수석 부사장. 지난 7월 TSMC를 퇴임한 그가 석 달 만에 미국 인텔에 재취업하자, 대만에선 기술 유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초호황기에 접어든 반도체 산업에서 첨단 기술 노하우를 확보하려는 인재 쟁탈전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TSMC는 지난달 25일 로 전 부사장을 기밀 유출 및 경업 금지 위반을 이유로 고소했다. 대만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루 뒤 대만 검찰은 로 전 부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은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을 동결 조치했다. TSMC는 “그는 지난해 3월 전략기획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R&D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어 기술 개발 동향을 점검했다”며 “은퇴 준비를 위해 법률고문과 가진 면접에선 퇴사후 학술 기관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만 당국은 로 전 부사장이 2나노(㎚·1㎚=10억 분의 1m) 공정 기밀을 빼내 인텔에 넘긴 것으로 보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2나노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에서 가장 앞선 초미세 공정으로, TSMC·삼성전자·인텔이 최근 양산에 돌입한 뒤 수율(양품 비율)을 높이고자 치열하게 기술 경쟁 중이다. 인텔은 성명을 통해 “근거가 전혀 없는 의혹일 뿐”이라며 “제3자의 기밀 정보나 지식재산의 사용·이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의 반박에도 대만 내에선 충격이 큰 분위기다. 대만 과기신보(科技新報)는 “충신이 반역자로 돌변했다”면서 날을 세웠다. 로 전 부사장은 인텔에서 18년간 근무한 뒤 2004년 대만으로 돌아와 TSMC에 합류해 21년 동안 R&D를 총괄했다. 특히 24시간 3교대 R&D 프로젝트인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이끌며 TSMC가 삼성전자를 다시 추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만 현지에선 과거 TSMC R&D 임원이었던 양몽송(梁孟松 ·LiangMong Song)이 삼성전자로 이직한 사례가 다시 거론되며 ‘기술 유출 트라우마’가 번지는 분위기다. 2009년 TSMC를 퇴사한 양몽송은 이직 금지 기간(2년)이 끝나자마자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2014년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을 개발하고 애플 아이폰 계약을 수주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롭게도 당시 삼성전자의 약진에 절치부심한 TSMC가 다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로 전 부사장의 ‘나이트호크 프로젝트’였다. 대만 공상시보(工商時報)는 “로웨이런의 행보는 삼성전자에 영입된 양몽송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며 “두 사람 모두 은퇴 당시 학계로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경쟁사로 향했고, 승진 좌절로 회사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짚었다.

반도체 패권 경쟁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세가 이어지며 ‘인재 확보 전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 전 부사장의 인텔 합류를 두고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이 지정학적 압력으로 인해 더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신현철 반도체공학회 회장은 “수율 개선 같은 핵심 공정 기술은 오랜 시간 시행착오가 쌓여야만 확보되는 노하우의 영역”이라며 “최첨단 반도체 칩을 얼마나 빨리, 많이 생산하느냐에 따라 기업 명운이 좌우되는 만큼 핵심 R&D 인력을 둘러싼 인재 안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업계는 퇴직 임원의 해외 경쟁사 이직 사례가 많지 않지만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는 중국의 엔지니어 영입 시도는 위협적”이라며 “직원 처우를 비롯해 연구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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