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들, (같은 모양의 가방 2개를 번갈아 들어 보이며) 이건 정품급 36만원이고요, 이건 미러급(거울에 비춘 것처럼 똑같이 보이는 가짜) 28만원입니다.”
최근 여러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유명 브랜드 위조 상품(짝퉁) 판매자가 상품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이 짝퉁 판매의 주요 무대가 되면서 국내 짝퉁 유통이 급증하고 있다.
7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상표경찰이 올해 1~8월 적발한 짝퉁 적발액(정품 가격 기준으로 산정)은 4116억원에 이른다. 상표경찰은 위조 상품 등 상표 침해 범죄를 수사하는 지식재산처 조직이다. 올 1~8월 적발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적발액(134억3000만원)의 약 31배에 달했다.

올해 적발액이 급격하게 불어난 이유는 지난 3월 부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 짝퉁 액세서리 유통업자 A씨(38)가 적발되면서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샤넬 등 고가 브랜드의 짝퉁 약 3400억원 상당을 유통한 혐의를 받았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액세서리는 특히 정품 가격이 높아서 적발액이 크게 산정된다”며 “역대 최대 단속 성과”라고 설명했다.
라이브 들어가 보니…“신고? 나가라”
특히 최근에는 라이브 방송을 통한 짝퉁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직접 짝퉁 판매 라이브에 들어가 보니 판매자가 상품을 보여줄 때 화면을 캡처해서 SNS로 주문을 넣거나 댓글로 구매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실시간 채팅에 한 시청자가 ‘짝퉁 신고한다’고 하자 판매자는 “너는 사지 말라”며 해당 시청자를 차단했다. 짝퉁을 판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은 채 ‘배짱 장사’를 하는 셈이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2024년에는 페이스북·틱톡·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짝퉁을 판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플랫폼별로 1~2명 수준이었는데, 올해(지난 8월 기준)는 유튜브에서 13명이 입건되는 등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7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짝퉁을 판매한 업자 9명을 검찰에 넘겼다. 경기도 특사경이 적발한 짝퉁 상품은 4520점으로, 정품 가격 기준 약 72억원 상당에 이른다.
해외 플랫폼서 활개…“AI로 차단”
라이브 방송을 통한 짝퉁 유통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이 해외 플랫폼이어서 규제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네이버·번개장터·11번가 등 국내 플랫폼은 정부와 위조 상품 근절 협약이 체결돼 있지만, 최근 적발이 집중되고 있는 해외 플랫폼은 협약 대상에서 빠지는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짝퉁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면 기업은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을 동력이 떨어지고, 나아가 소비자는 신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짝퉁 시장이 해외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간 만큼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빠르게 차단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AI 기술을 통해서 짝퉁을 통관 단계에서 차단하고, 해외에 있는 짝퉁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판매 웹사이트 접속을 막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