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도 못 뗀 미분양 CR리츠 …10개월 지나도록 등록 '제로'

2025-02-03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 3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건도 등록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곳이 등록을 신청했지만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시행사와 매입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 제이비자산운용 두 곳이 CR리츠를 설립하고 영업등록을 신청했지만 아직 등록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들 회사는 각각 지난해 9월, 10월 등록 신청을 했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B부동산신탁 CR리츠는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전남 광양의 아파트 497가구를, 제이비자산운용 CR리츠도 같은 지역의 아파트 약 500가구를 매입한다며 등록 신청을 한 바 있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리츠다. 지방 미분양 해소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난해 3월 10년 만에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CR리츠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모기지 보증을 발급해주기로 했다. HUG의 보증이 이뤄지면 리츠가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낮아진다.

등록 허가가 아직 나지 안은 것은 CR리츠와 미분양 주택 보유 사업자 간 매입 가격 협상에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사업자는 1%라도 더 높이 판매하려하고 CR리츠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매입하고 싶은데 가격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구조를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좀 더 파격적인 혜택이 있어야 CR리츠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리츠 청산 때까지 미분양이 남아있을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매입을 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CR리츠를 도입할 때는 LH의 매입 확약 조건이 있었다.

정부는 올해 본격적으로 등록 허가를 받는 CR리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 LH매입확약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HUG 모기지 보증 한도를 감정평가의 60%에서 70%로 확대했고, 리츠 업계에서 15곳이 HUG의 모기지 보증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감정평가를 신청한 상황”이라며 “적정 금액이 나오면 올 1분기 부터 CR리츠 등록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도 대구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CR리츠를 활용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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