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파리 지사장 “전통주 인지도 높여야…韓 ‘Sool’ 가능성 무궁무진”[K-전통주의 반란]

2025-10-06

“유럽 시장에서 전통주는 이제 첫 걸음을 뗐습니다. 프랑스의 2030 세대는 한식을 트렌드로 소비하고 있어요. 한국 술도 한국 음식과 함께 페어링해 소비하기에 적당한 시기에 있습니다.”

지난달 8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남상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 지사장은 최근 확산하고 있는 한식 열풍 속에서도 한국 전통주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불과 1~2년 사이에 전통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바이어가 프랑스·영국·독일 등 주요국에 생겨났다”며 “한국 ‘Sool(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aT 파리지사는 올해 전략 식품 품목으로 전통주를 선정하고 현지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 파리 와인 엑스포에 전통주를 처음으로 출품했고 바이어들로부터 ‘새롭고 트렌디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다만 소주나 막걸리, 과실주 등의 품목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전통주’라는 카테고리는 아직 유럽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남 지사장은 “과일 맛 소주처럼 유행성 있는 술뿐 아니라, 한국 고유의 발효 문화가 담긴 약주·탁주·증류주 등 ‘정체성 있는 술’이 함께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장이 한국 술을 ‘Sool(술)'로 마케팅하자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한국의 술은 탁주·약주·증류식 소주·과실주 등 매우 다양한 개념으로 분류된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해외 시장에서 이 다양한 개념을 모두 알리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와인’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다양한 맛의 척도를 구분하는 프랑스처럼 ‘술’이라는 카테고리로 약주, 청주 등 다양한 개념과 맛을 알려가면 복잡함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게 남 지사장의 설명이다.

프랑스는 음식과 술의 ‘페어링(조화)’을 중요하게 따진다. 이에 따라 aT는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를 매칭하거나, 프랑스 요리에 어울리는 한국 술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경험을 늘리고 있다. 파리의 일부 한식당에서는 직접 막걸리를 담가 판매하거나, 증류식 소주를 현지에서 빚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2030 세대가 새로운 맛과 문화를 즐기는 트렌드를 타고 한국 술을 ‘힙한’ 음료로 소비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그러나 유럽 시장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 주류는 국가별 소비세와 복잡한 통관 절차가 적용돼, 동일 상품이라도 프랑스에서 수입 후 이탈리아로 재판매할 때 이탈리아에 세금을 다시 내야 한다. 여기에 한국 전통주의 복잡한 분류(막걸리·약주·증류주 등)와 낮은 인지도도 부담이다.

디자인과 패키지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남 지사장은 “와인은 지역별로 병 형태가 유사하지만, 한국 술은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바이어들이 낯설어한다”며 “뚜껑 비닐이나 라벨 규격 등도 현지 규제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aT는 이를 위해 제품 디자인 개선·현지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유럽 내 K푸드 수출 비중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7%대로 상승했다. 아직 미국·일본·중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지사장은 “김치가 20년 전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보통명사가 됐다”며 “한국 술도 ‘코리안 사케’로 불리는 시기를 지나, ‘Sool’ 자체로 자리 잡을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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