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30년 역사의 환경부가 기후부(공식 약칭)로 확대 개편됐다. 2023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라고 했다. 이처럼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해 총괄 사령탑을 강화하는 시대적 의미가 읽힌다. 그런 한편 생존적 리스크 속에서 현실적 쟁점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우리 환경행정 조직의 효시는 1967년 보건사회부 위생국에 설치된 환경위생과였다. 1963년 최초로 제정된 공해방지법의 후속으로 환경위생과는 공해 업무를 담당했다. 1973년엔 공해과가 설치되고, 2년 뒤 대기보전과와 수질보전과가 설치된다. 1980년 환경청(보건사회부 외청) 설립과 1990년 환경처(국무총리실 산하) 승격에 이어, 1994년 12월에 환경부로 격상된다. 2008년엔 기상청이 이관되고, 2018년 수자원 관리 기능 일부, 2022년 하천 업무까지 이관된다. 2025년 전력과 재생에너지를 통합한 기후부가 출범한다.
기후위기 대응 총괄사령탑 출범
기후목표와 에너지전환이 과제
에너지안보와 경제안보 고려해
국가경쟁력 강화 목표에 기여를
환경부에서 일하던 때(1999~2003년), ‘김대중 대통령 새천년 환경비전’ 어록(語錄)을 발간했다. 제1장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명 공동체’로 “지구를 어머니로, 모든 생명체를 형제자매로 여기는 새로운 환경관이 필요한 때입니다”로 시작했다. 새천년 환경정책 기조는 사후처리에서 사전예방으로의 전환과 통합환경관리체계 구축이었다. 그 당시 환경 이슈는 황사 대기오염, 4대강 수계 특별법, 폐기물(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국제협력 등이었다. 1999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석해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국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황사 관련 ‘한·중·일 환경장관 프로젝트 7개’도 추진했다.
IMF 위기를 갓 벗어난 상황에서, 2001년 환경부 핵심사업은 환경-경제 상생의 ‘에코-2 프로젝트’였다. 경제와 환경을 상충이 아닌 상생관계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10개년)이 시작되고, 환경벤처기업, 순환경제 기술도 활기를 띤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천연가스(CNG) 버스도 어렵사리 도입된다. 야심 차게도 환경오염과 생태계 보전상태를 반영해 GDP를 산정하는 ‘그린 GDP’의 단계적 도입도 대통령께 보고했다. ‘시기가 무르익지 않은’ 이 계획은 3년간의 예비 연구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에코-2 덕분에 환경부는 법적 근거에 의한 대규모 정부부처 업무평가에서 2001년 제1회, 2002년 제2회 잇달아 최우수 부처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굳이 20년 전의 얘기를 꺼낸 이유는 환경-경제의 상생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오늘날의 복합위기가 실로 위중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제조업 중심 국가는 에너지·자원 수급 불안정, 수출입 불균형, 산업공동화 등의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전략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으로 산업 질서의 판이 바뀌고 있다. 자칫하면 기후목표와 에너지전환이 경제안보와 충돌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가격 경쟁력, 기술 자립도 등을 고려하는 기후정책과 에너지전환 정책이 돼야 할 것이다.
기후부 개편에 대한 쟁점은 ▶기후 규제와 에너지 진흥의 이질적 정책 목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충돌에 대한 조정과 균형 ▶전통 에너지(화석연료)와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이원화에 따르는 정책 혼선, 그리고 원전 건설은 기후부, 원전 수출은 산업부라는 기능 분할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부담하게 될 비용(전기요금·에너지전환투자)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저하와 에너지 안보 위협 ▶대외적으로 기존 산업부 중심의 에너지·탄소·통상 카드 연계 전략과 국제 규제 대응 역량 저하 등에 대한 우려다.
이들 우려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이 기후부 연착륙의 과제다. 소통과 협의를 통해 기후·산업 정책 간 균형 원칙의 법제화, 합리적 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기후규제의 산업 영향 사전평가 제도, 에너지 안보 조직과 법 제정, 전력기반시설 위기관리·원전수급 관리, 전력요금 조정 공공협의체 구성, 기후통상 대응 TF 설치, 민관 거버넌스 구축 등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 에너지 자원 빈국으로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원자력은 AI 시대의 에너지 안보와 ‘무역의 무기화’ 시대의 경제 안보에 기여토록 하는 게 마땅하다. 신재생에너지는 확대하되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시장을 내어주는 것을 경계하고 산업경쟁력 강화에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국무위원은 한 부처의 장(長)인 동시에 국정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자리이다. 환경행정은 환경운동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지만 환경운동 자체는 아니다. 기후부가 초기 ‘한 지붕 두 가족’ 이질성의 조기 극복으로 비전과 임무를 공유하는 통합조직이 되고, 산업계와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으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