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뉴욕 증시는 충격에 휩싸였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그날 17% 폭락했다. 단 하루 만에 뉴욕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무려 1조 달러(약 1450조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저가 AI 모델 R1을 발표한 여파였다. 파란색 고래 로고의 딥시크는 세계 AI 시장의 초대형 메기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은 이 현상을 ‘1·27 딥시크 쇼크’라고 명명했다.
AI 생태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증명한 주인공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40)이다. 1·27 쇼크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홀연히 사라졌다. 1월 20일 리창(李强) 총리 간담회와 28~29일 설 연휴 이틀간 광둥성 잔장(湛江)시 고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유일한 공개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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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은둔의 기술자’인 량원평의 면모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가위 ‘량원평 신드롬’이라 할 만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이 그의 흔적을 파헤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그가 보유한 딥시크 지분 84%를 최대 1260억 달러(183조원)로 추산했다. 딥시크의 밸류에이션을 생성형 AI의 시대를 연 챗GPT의 모회사 오픈AI의 시장가치 3000억 달러의 절반으로 환산했을 경우다. 중국 주간지 경제관찰보는 지난달 20일 V3 버전의 딥시크를 해부하는 기사에서 량원펑의 변신 스토리를 살폈다. 그의 인재 용병술도 함께다.
단숨에 전 세계를 뒤흔들며 AI 생태계의 초대형 메기이자 신흥 부자가 된 량원평의 성장 여정을 소개한다.
량원펑이 AI 혁신의 기수가 되기까지 세 번의 커다란 변신이 있었다.
첫 번째 변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던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