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1984는 이런 모습일까? ‘에브리띵 이즈 파인’

2025-01-17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샘과 매기 부부는 넓은 호수와 숲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에 삽니다. 마을은 평화롭습니다. 대부분이 부부인 주민들은 마주치면 늘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서로의 안부를 챙깁니다. 마을 장터에선 주민들이 직접 키운 신선한 농작물을 팝니다. 저녁이면 각자의 보트에서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쎄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부부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데, 묘하게 경직된 느낌입니다. 이웃 부부와 함께하는 저녁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담과 덕담만 오가는데도 공기에 긴장이 흐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릴 뻔 했네요. 모두가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고양이 탈을 쓰고 있습니다. 다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한 이 마을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오늘 추천할 툰툰 콘텐츠는 마이크 버첼의 스릴러 웹툰, <에브리띵 이즈 파인(Everything is Fine)>입니다.

<에브리띵 이즈 파인>은 미국 드라마 같은 웹툰입니다. 예쁜 단독주택, 사교성 넘치는 부부, 비밀을 품은 마을 같은 설정은 전형적인 미드입니다. 마을은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가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합니다. 겉으로는 ‘좋은 말’만 하고, 실제 ‘솔직한 마음’은 도청으로부터 자유로운 보트 안에서만 합니다. ‘불편한 상황’ ‘문제 상황’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고양이 탈의 한쪽 눈이 새빨갛게 바뀝니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빨간 눈 자체가 오싹합니다. 한쪽 눈이 빨개지면 상황은 급히 종료됩니다.

마을에서는 ‘이웃의 나쁜 행동’을 신고하면 점수가 쌓입니다. 좋은 점수가 쌓인 이들은 ‘더 높은 단계에 있는 마을’로 이사를 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적인 신고를 당한 사람은 벌을 받습니다. 살인이나 반역 같은 무거운 죄를 지으면 ‘1급 범죄자’가 됩니다. 1급 범죄자는 그 즉시 양쪽 눈이 다 ‘레드 아이’가 되는데, 다들 죽을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넋이 나가 버립니다. 죽은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1급 범죄자는 선량한 주민들에 의해 ‘사냥’ 당해야 하거든요. 사냥에 성공해 1급 범죄자의 목을 가져온 주민은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작은 흠이라도 찾으려 감시하는 것을 넘어 모함도 합니다. 도둑질, 반역 같은 죄를 덮어 씌우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어 보입니다. 부부들끼리 동맹을 맺어 다른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도 흔합니다. 이들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오로지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더 높은 단계에는 잃어버린 소중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서요. 살인을 할 만큼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러고 보니 마을에 부부들은 가득한데, ‘아이’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군요.

하나하나 서사를 쌓아올려가며 봐야 하는 작품입니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이 떠오르는 설정이 많아서인지, <1984>에 나오는 캐릭터나 흐름에 기반해 만화를 분석하는 댓글들이 많습니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아마추어 만화 플랫폼 ‘캔버스’에서 발굴했습니다. 2021년 연재를 시작해 2022년, 2023년 미국의 권위있는 만화 시상식인 하비상 ‘올해의 디지털 도서’ 부문 후보에도 올랐네요. 현재 90회까지 연재 후 휴재 중입니다. 작가는 ‘2025년 초’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