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지책’? ‘탐욕의 제도화’?…월드컵 티켓 판매, 가변 가격제·리셀·토큰까지 총동원한 FIFA

2025-10-09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례적으로 조기에 티켓 가격을 인상했다. FIFA는 판매 개시 하루 만에 9개 경기 가격을 올렸다. 팬들 반발을 무릅쓴 조치로 FIFA 재정 구조와 상업화 전략이 교차하는 ‘고육지책’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 예상보다 빠른 ‘가변 가격제’ 가동 : 10일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FIFA가 처음으로 ‘수요 기반 가변 가격제’를 도입한 월드컵이다. 항공권이나 호텔 요금처럼, 수요에 따라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구조다. 원래 FIFA는 12월 조추첨 이후 인기가 높은 경기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시작된 ‘Visa 프리세일(우선 예매)’ 1차 라운드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FIFA 공식 사이트 개시 하루 만에 결승전과 멕시코 대표팀 경기가 전석 매진됐고, 미국 대표팀 조별리그 2차전은 불과 이틀 만에 가격이 1등급 535달러에서 565달러로, 3등급은 185달러에서 205달러로 올랐다. 8강전과 16강전 일부 경기도 평균 5%가량 상승했다.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16강전 1등급 티켓은 895달러에서 980달러로, 캔자스시티의 8강전은 1125달러에서 1180달러로 인상됐다.

■ 수익 재분배 명분 속 수익 극대화 : FIFA는 “수요에 따른 가격 조정이며, 수익은 궁극적으로 축구 발전에 재투자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FIFA의 전체 수익 구조는 TV 중계권(약 60%), 스폰서십(30%), 티켓 및 환수 수익(10%)으로 구성된다. 이번 대회는 기존보다 훨씬 많은 104경기(이전 대회 64경기)로 확대되면서 운영비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FIFA는 티켓 가격뿐 아니라 리셀(재판매) 플랫폼과 ‘RTB(Right To Buy)’ 토큰 판매까지 동시에 가동하며 새로운 수익 창구를 열었다.

공식 리셀 거래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에 각각 15% 수수료, 즉 거래금액의 총 30%를 부과한다. 100달러짜리 티켓이 거래될 경우 FIFA는 30달러를 가져간다. FIFA의 리셀 수수료 구조는 전례가 없다. 여기에 티켓 구매 ‘우선권’만 제공하는 RTB 토큰을 개당 3999달러에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매진됐다. 멕시코의 경우 정부 규제로 인해 리셀 가격을 원가 수준으로 제한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사실상 ‘무제한 시장’이 열렸다.

■ “이건 월드컵이 아니라 ‘중산층 전용 축제’” : 팬 서포터 단체들은 “축구를 사치품으로 만들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미국 조별리그 1차전(소파이 스타디움·LA) 4등급 티켓은 원가 560달러에서 2950달러로, 결승전(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4등급 티켓은 원가 2030달러짜리가 2만5000달러에 재판매됐다. 영국 축구팬협회(FSA)는 “카타르 월드컵보다 두 배 비싸다”며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카테고리 4 티켓만 사도 3180달러가 든다”고 밝혔다. 팬 서포터 단체 ‘Fans Supporters Europe’ 로낭 에뱅 대표는 “FIFA는 이제 ‘모두의 축구’를 포기했다”며 “이번 대회는 중산층 서구 팬과 일부 부유층만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이는 축구의 세계화가 아니라 ‘축제의 사유화(privatisation)’”라고 일갈했다.

법적으로 FIFA는 ‘비영리조직’이다. 그러나 이번 조기 인상과 리셀 정책은 FIFA가 실질적으로 ‘수익 중심 기업’처럼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FIFA는 “4500만 명 이상이 예매 추첨에 참여했지만, 실제 구매 가능한 티켓은 15%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대부분은 프리미엄 좌석과 고가 카테고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욕시장 선거 유력 주자이자 축구 팬으로 알려진 조란 맘다니는 “FIFA의 리셀 정책은 탐욕의 상징이며, 팬을 배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이트키핑”이라고 비판했다.FIFA는 “팬데믹 이후 급등한 경기장 운영비와 인건비, 개최국의 인플레이션, 달러 강세 등 복합 요인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항변한다.

■ 결론: ‘고육지책’의 끝은 어디인가 : FIFA의 이번 조치는 명분상 ‘재정 안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팬에게 부담을 전가한 상업화의 정점이다. 티켓 인상, 리셀 수수료, 토큰 판매까지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FIFA가 스스로 만든 ‘상업 실험장’이자, 전 세계 팬들에게는 ‘축구의 가격’을 실감하게 하는 무대가 됐다. 결국 FIFA는 ‘축구의 보편성’과 ‘재정의 현실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만약 이런 가격 구조가 표준으로 굳어진다면, 월드컵은 더 이상 ‘전 세계의 축제’가 아니라 ‘지불 가능한 사람들의 쇼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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