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역난방 업계에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 요금보다 5% 낮게 열요금을 부과하라고 통보한 가운데 누적 적자를 해소하지 못한 기업은 대상에서 일시 제외키로 했다. 인하 여력이 없다는 다수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손실액 파악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간 마찰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지역난방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열요금 인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관련 고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앞서 지역난방 업계에 열요금 인하 계획을 전달했다. 현행 열요금은 고시에 따라 모든 사업자가 최대 사업자인 한난과 같이 받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일부 수익성이 낮은 사업자는 총괄원가를 입증하고 기준가격의 110%(상한)까지 열요금을 받을 수 있다. 한난과 같거나 10% 인상해 열요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인하해 부과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셈이다.
산업부는 열요금 고시에 한난보다 싼 열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반영할 계획이다. 인하폭은 올해 5%를 시작으로 최대 1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업계에 총괄 원가 제출을 요청했다. 원가를 제출하지 않거나 원가가 한난 보다 크게 낮은 사업자가 인하 대상이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다만 현재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과거에 발생한 적자를 해소하지 못한 기업은 대상에서 일시 제외하기로 했다. 누적 적자를 만회할 때까지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다수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고시에 '누적 적자를 해소할 때까지 열요금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업계에 전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다수 기업이 누적 적자를 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로 당장 열요금 인하 대열에 합류하는 기업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손실액 산정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가 이견을 보일 공산이 커 향후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업계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원가 구조를 정부가 파악함에 따라 장기간 수익성을 통제할 수 있는 빌미가 마련된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체별 열요금을 사실상 지정하는 상황”이라면서 “누적 적자를 해소할때까지 열요금 인하를 유보한다지만 손실 금액 산정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장기간 기업의 영업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