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회해 살길 찾는 기아… 픽업도, 전기차도 '유턴'

2025-02-13

기아, 전기차 EV5 북미 아닌 캐나다 출시 결정

전기차 밀어주는 캐나다 품으로… 美 리스크 가시화

타스만은 관세 장벽 부딪혀 중동·중남미 등 주무대로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의 문턱에 부딪혀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북미 시장을 노렸던 기아의 중형 전기차 'EV5'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에 출시하는 것으로 노선을 틀었고, 최초 픽업트럭인 '타스만'은 관세에 부딪혀 발 조차 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한 미국 시장 특성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름을 부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눈치싸움 역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14일(현지시간) 열리는 '캐나다 국제 오토쇼'에 중형 전기 SUV 'EV5'를 공개하고, 북미가 아닌 캐나다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북미 진출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아가 신차를 북미 시장보다 캐나다에 먼저 출시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기아의 전기차 시리즈가 호평을 받았단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외의 결정이다.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EV6, EV9 등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고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으며, 작년 말 출시한 EV9의 경우 작년에만 2만2000대를 팔아치웠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업계는 EV5 출시를 철회한 바탕에 미국이라는 시장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EV5의 경우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EV9의 흥행에서 보듯 대형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미국 전기차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보급 정책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당시 핵심 정책이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부터 줄곧 '내연기관을 부흥시키겠다', '전기차 지원을 없애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 시장 특성에 부딪혀 상징성이 큰 모델임에도 시도조차 못하는 모델도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 '타스만'이다.

미국은 픽업트럭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픽업 수요가 높은 시장이지만, 수입 픽업트럭에 대해서는 1964년부터 '치킨세'라는 이름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서다. 자국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무려 25%에 달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타스만의 최초 공개 장소로 중동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픽업트럭이 가장 잘 팔리는 시장으로는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만큼,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타스만을 공개한 '제다모터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시장은 택스가 있어서 사실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는 건 되게 어렵다. 택스가 25%나 되니까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 폐지', '보편관세' 등 공약이 실제 시행된다면 국내 업체에 큰 타격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전략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과의 전략적 협업을 최대치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국에서 상용차에 대한 고관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GM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 상용차를 미국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리뱃징(Rebadging) 방식을 통해 GM에 상용 전기차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번 협정은 북미 상용차 시장에 진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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