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촌 오염원 ‘노후 농기계’ 왜 계속 굴러가나···윤석열 정부 ‘묻지마’ 예산 칼질

2025-10-01

농촌의 주요 대기오염원으로 꼽히는 노후 농기계를 교체하는 사업이 윤석열 정부 때 2년 연속 예산이 삭감되며 사실상 중단된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필요성이 입증된 국책사업을 폐기하면서 탄소중립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노후 농기계 교체 사업 예산 규모는 당초 정부가 배정하려던 예산 규모와 비교하면 30분의1로 쪼그라든 상태다. 당초 연평균 650억원을 배정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예산은 20억8200만원이다. 연간 8500대가량 노후 기계를 교체하려 했으나 현재로선 500~600대 교체만 가능하다.

정부는 2021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노후 농기계 교체 사업에 착수했다. 2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3~2025년 본사업을 하려고 했다.

노후 농기계는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다. 농기계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은 연평균 1256t에 달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권장 사용연수를 초과한 농기계(트랙터·콤바인) 수는 2024년 기준 32만2013대로 전체 농기계의 74%를 차지한다.

정부는 2012년 말 이전 생산된 농기계를 폐차할 때 정부가 지원금을 주기로 하고,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도 이를 반영했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2013년부터 농기계에도 배출가스 규제가 적용됐지만 그 전에 생산된 장비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2023년 본격 시행을 앞둔 노후 농기계 교체 사업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전면 중단됐다. 사업 실효성을 검증할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023년 1월 예타 결과가 ‘사업 타당성 있음’으로 나온 뒤에도 기획재정부는 사업 시급성이 떨어진다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은 적정 사업비로 1659억원을 제안하면서 “사업 지원대수 규모가 제한적이고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관련 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을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번 축소된 사업 규모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해 다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규모는 20억8200만원(548대 지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내년 예산도 25억9000만원(684대)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대로면 정부가 목표했던 온실가스 감축은 어렵다. 정부는 3개년 총사업비 1962억원으로 농기계 2만5600대를 조기 폐차해 대기오염물질 1049t·온실가스 4만835t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시범사업 기간 폐차 물량을 감안하면 모두 3만2000대의 노후 농기계를 교체, 2026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1828t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시범사업 첫해 2021년 조기 폐차 대수는 2328대로 계획대수 3200대의 73% 수준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목표치(3200대)를 달성했다.

노후 농기계는 환경오염뿐 아니라 농업인 재해 위험도 높인다. 사업이 중단된 기간 농업인 재해도 늘었다. 문금주 의원실에 따르면 농업기계 관련 농업인 손상 사고는 2021년 1만2982건에서 2023년 1만5976건으로 증가했다.

문 의원은 “전남을 포함한 9개 도가 전체 노후 농기계의 95%를 보유하고 있다”며 “농민의 안전과 대기오염물질·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전 정부 때 축소된 사업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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