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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연착륙하려면 정책의 지속성과 타작물 전환에 따른 수익성을 담보할 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도 안착을 좌우할 과제로 정책 연속성 보장이 꼽힌다. 정부는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자 2003년에는 쌀 생산조정제도, 2011년에는 전작을 유도하는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단발성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쌀 생산조정제는) 대부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중단됐는데, 쌀값이 오르면 오히려 정책에 동참한 농가만 손해를 보는 꼴이 돼왔다”고 꼬집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장 농민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니 당장 가루쌀(분질미) 지원사업부터 내년도에도 유지될지 불안해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벼에서 타작물로 전환하는 농가를 지원하고자 ‘직불금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수익성을 담보할 세부적인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일본이 주식용 쌀에서 사료용 쌀로 전환한 선례를 보면 농가를 이끈 요인은 크게 경제적 유인과 전환의 용이성 두가지”라면서 “직불금이라는 경제적 혜택도 주효했고, 주식용 쌀을 재배하던 농가가 기존 농기계를 사용하고 오랜 기간 수입 쌀을 사료용으로 썼던 만큼 적정 배합비율, 판매처 등에 대한 경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직불금만으로 타작물 전환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평가된다. 직불금 단가 인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경제적으로 보면) 농가들이 타작물로 옮겨 가려면 타작물의 수익성이 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야 한다”며 “그만큼의 직불금 인상을 감당할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전환의 용이성’을 담보할 재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대체 작물을 심기 두려워하는 농가가 많지만 이를 상쇄할 뚜렷한 지원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 예로 콩을 많이 심는 5∼6월에 이상 폭우로 습해를 겪는 농가가 늘고 있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보조할지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농가로선 안전한 수도작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농가가 고령화했는데 밭작물에 맞는 농기계가 활발히 보급·개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 농지범용화 시범사업을 살펴보면 논에 타작물을 심을 기반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걸림돌이 됐다”며 “논에 콩을 심으려면 습해를 막을 수 있는 배수시설 개선 등 기반사업이 먼저 이뤄져야 했는데 부진했다”고 말했다.
판로를 확보할 세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이 책임연구원은 “경북 상주 나누리영농조합법인 등 타작물 재배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지자체에서 계약재배 등 판로를 확보해줬다”며 “농지범용화 사업, 판로 확보 등 기반이 우선 갖춰져야 농가가 정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