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 폐지에 반발한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불을 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항명이라며 징계까지 경고했지만, 반발은 되레 커지고 있다. 2일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파견 검사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단체로 검은 넥타이를 메고 출석하는 ‘항의 표시’까지 했다.
이날 오전 10시 내란 특검 박억수 특검보와 이찬규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4기)를 제외한 파견 검사 7명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22차 공판에 검은 정장·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했다. 상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항의를 표시했다.
내란 특검에서는 파견 검사들이 현안들을 논의하는 내부 모임을 가진 적은 있으나 의견 표명 등은 하지 않았는데, 이날로서 공개 행동까지 개시하며 반발을 표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김건희 특검에서는 파견 검사 40명이 원대 복귀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작성해 민중기 특검에게 전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내란 특검은 현재 진행되는 3대 특검(김건희·내란·순직해병) 중 파견 검사가 59명으로 가장 많다. 순직해병 특검 파견 검사는 14명이다. 이들은 일선 검사들 중에도 수사력, 공소유지 능력 등이 우수한 ‘정예 멤버’들로 평가되기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이들의 공개적 반발을 더욱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검 수사 강요는 강제 노역”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도 특검 검사들의 파견 복귀에 대한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줄잇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의를 표명했던 최인상 서울북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32기)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개인 SNS를 하지 않아 부득이 검사 게시판에 올린다”며 “검사의 의견표명은 항명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지만, 개혁 과정에 아무런 의견 표명도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이날 오후 “검사의 직무를 둘러싼 모순적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그 양심에 반하는 수사 업무를 강요하는 건 그 자체로 강제노역과 같다”며 “공직자가 업무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한 이견을 표명하고 답변을 요구하는 건 정당한 권리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이렇게 겁박하면 최고 수준의 갑질”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들의 입장문이 공개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징계를 언급한 점을 비판하면서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30기)도 이프로스에 “일선의 수사력 있는 정예 멤버들이 특검에 대규모로 차출돼, 요즘 일선 검찰은 검사 부족으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다”며 “더 씁쓸한 건, 특검 검사들이 실적을 내더라도 검찰청 폐지를 비롯한 상황이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라고 글을 썼다. 강 부장검사는 “지금의 의견 제시를 개개 검사의 불만으로 폄훼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3·1 운동으로 독립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의미 없었다고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32기)도 “독립투사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의견 표명이) 의미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공 검사는 지난달 30일에도 내부망에 “민중기 특검은 성공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수사한 검사들이 기소와 공소 유지에도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특검을 제외한 사건은 성공적인 공소 유지가 필요 없다는 것이 정부조직법 개정의 의도냐”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특검, 검찰 내 집단 반발 분위기에 관해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전날(1일) 항명성 집단행위”라는 입장을 낸 후, 김건희 특검을 집단 방문했다. 전현희 민주당 특위원장은 “법무부가 징계 등 강력하게 조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전날 오후 “검찰 내부에 큰 동요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고, 사실과 다르다”며 “모든 검사가 특검에 현재 맡겨진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