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청년 백수와 ‘제대군인 원호법’

2025-09-30

청년 백수 120만 명 시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청년 50만4000명이 구직활동 없이 쉬고 있고, 실업상태도 26만9000명이다. 취업준비생 43만4000명을 합하면 120만 명이 청년 백수다. 30대도 31만6000명이 미취업상태로 쉬고 있다.

AI시대 도래로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진다. 올해 마이크로 소프트가 1만5000명, 아마존도 지난 삼년간 2만7000명을 감원했다.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중간관리자들을 빠르게 대체하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소멸과 청년 실업 위기

AI시대 AX로 사회시스템 대전환

대졸자 관련 석사과정 양성 필요

AI인재들로 통상 위기 극복해야

20세기식 형식지를 전공으로 배워 일자리를 찾는 대학졸업생들은 점점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20세기는 일을 잘게 나누어 조립하는 대량 생산시스템으로 발전했지만, 정형화된 단순 반복 업무는 AI나 로봇이 인간보다 낫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는 빠르게 붕괴된다.

다보스포럼은 2016년 ‘미래일자리 보고서’에서 21세기 직업의 85%는 20세기에는 없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아직도 20세기의 세분화된 전공을 대학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대학졸업생들은 자기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직업의 미스매치나 양질의 직업이 아니라고 취업을 포기하면서 백수생활을 한다. 2022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은 66% 정도에 불과하다. AI 도래로 어쩔 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불필요한 대졸신입사원 채용을 강요하면 되는 일인지?

1944년 6월 22일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대군인 원호법(G.I. Bill)’이라고 하는 군인재활법에 서명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 참전군인 1500만 명이 미국으로 돌아와 실업위기에 빠질 것이 예견되었다. 1942년부터 국가자원기획처(National Resources Planning Board)는 퇴역군인을 위한 재교육과 재취업 계획을 준비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군수산업 종사 노동자 수는 1700만 명이었고, 전체 산업의 40%를 차지했다. 종전 후 일 년 만에 1000만 명이 해고되거나 민간 산업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대공황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심각했지만 G.I. Bill로 미국은 60년대 최고의 풍요시대를 맞았다.

G.I. Bill은 전역한 군인들에게 대학 학비, 실업수당, 주택수당을 보조해주는 혁신적 법안이다. 종전 후 7년간 800만 명의 퇴역군인들이 재교육을 받았다. 약 230만 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350만 명이 각종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340만 명이 현장실습 교육을 받았다. 대학진학률은 십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947년 미국 대학생의 49%가 제대군인이었다. 1945년 하버드대학의 기숙사비 포함 등록금은 525달러 정도였는데, G.I. Bill은 제대군인에게 500달러 정도의 넉넉한 학비를 지원하고 생활비, 주택 융자도 무이자로 제공했다.

1956년 이 법안이 폐지될 때까지 145억 달러가 소요되었다. 이 정책으로 미국의 지적 자원은 크게 증가해 중산층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대학진학을 지원한 145억 달러는 이들의 취업 결과로 연방 정부 소득세가 몇 배로 늘어나 되돌아왔다고 한다.

이제 지방대학들이 120만 청년 백수들을 재교육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지역대학 소멸문제는 이들 대학에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전환) 석사과정을 대량으로 설치하여 학부 졸업생을 재교육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 재정압박에 정부지원금 획득이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보다 AX 석사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과 사회시스템 전체가 AI로 획기적으로 바뀌는 지금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문화, 미디어, 행정, 제조 공정, 경영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AI를 잘 활용하도록 재교육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AX 석사과정 수업을 위해 지방 캠퍼스에 가서 수업을 받을 필요도 없고 추가 교수충원도 필요 없다. 원격수업으로 핵심 강의는 비디오강의를 공동 제작하여 기본지식을 습득하게 하면 된다. 각 대학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해 주제별로 일주일에 한 두 번 워크숍 형태로 AX 수업을 설계해서 맞춤형 하이브리드형 석사과정을 운영하면 된다. 미국도 코넬대학이나 애리조나 주립대학 등 온라인 석사과정이 보편화되어 있다. 지방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 150조 컴퓨팅 센터 구축사업보다 더 긴요한 것은 AX 인력 양성을 위한 획기적 교육시스템 개편이다. 석사과정 교육비를 전액 대학에 지원하고 청년 실업수당을 이들의 생활비 보조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육부와 과기부 등 정부 합동으로 100만 AX 석사인력양성을 대대적으로 펼치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의 AX 대전환을 앞당기고 지방대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혁명적 교육 대전환만이 중국굴기나 미국의 보호무역 파고를 넘어 AI 시대에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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