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처리는 개인정보 처리 아냐”…대법, SKT 승소 판결

2025-08-01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가명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다툰 첫 소송에서 대법원이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가명정보’는 공익 목적이라면 본인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입법 취지를 고려해 가명처리 자체는 개인정보 ‘처리’가 아니기 때문에 정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정 모 씨 등 5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처리정지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은 2020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제기됐다. 개정안은 과학적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보존 등 공익 목적이라면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정보주체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4곳은 같은 해 10월 SK텔레콤에 가입자 개인정보가 가명 처리됐는지를 문의하고, 향후 가명처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SK텔레콤은 “가명정보는 열람이나 정지 권한이 제한된다”며 거절했고, 이듬해 가입자 5명이 소송에 나섰다.

1·2심은 모두 이용자 측 손을 들어줬다.1심 재판부는 “가명정보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하고, 이는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2심도 “공익 목적을 위해 가명정보를 처리하더라도, 그 전 단계인 가명처리 자체는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하므로 정지 요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가명처리는 개인정보의 식별 위험을 줄이는 기술적 조치일 뿐, 법상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의 법리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이어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가명처리를 개인정보 처리정지 요구 대상에 포함시키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핵심 근거로 든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다. 해당 조항은 과학적 연구, 통계,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에 한해 정보주체 동의 없이도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기업이 공익 목적을 위해 정보를 가명처리한 경우, 이는 법이 허용한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내 정보를 가명처리하지 말라'고 요구할 권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요지다. 공익 목적으로 활용되는 가명정보에 대해선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 전 단계인 ‘가명처리’조차도 법상 ‘처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정보주체가 정지를 요구할 수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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