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매서운 강추위가 이어지던 지난 일요일은 무슨 날인가요?
우리는 특별한 날이 아니지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날이 세계 결혼의 날(World Marriage Day)이네요. 해마다 2월 둘째 일요일이랍니다. 다른 말로 세계 결혼기념일이라고도 하겠는데 결혼의 중요성을 서로 더 많이 알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 모두가 참여해서 가꾸어나가자는 뜻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에서 기리며 관련 행사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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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평소에 무슨 무슨 기념일을 많이도 챙기지만, 결혼의 날이라고 결혼을 공개적으로 기념하는 날도 있다니 조금은 민망합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결혼생활을 잘 하자는 다짐 같은 것으로 생각되는 데 그만큼 현대에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 날도 생긴 것일까요?
처음 시작된 게 1981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바톤루지라는 도시이고, 그곳에 사는 몇몇 결혼한 카톨릭 신자 부부들(당연히 모범적인 부부들일 것이겠는데)이 2월14일 발렌타인데이를 '우리가 결혼을 믿는 날( We Believe in Marriage Day)로 선포해달라고 그 도시의 시장과 주지사, 교구의 주교에 요청하는 운동을 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고 호응이 늘어나자 아예 이날을 이렇게 기리자는 운동으로 확대되었고요, 드디어는 그다음 해에 미국의 43개 주 지사들이 동의해서 이날을 '우리가 결혼을 믿는 날'로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그 이듬해에는 이름을 더 알기 쉽게 '세계 결혼의 날'로 바꾸어 기렸고 드디어는 1993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날을 공식 인정하고 이날을 앞뒤로 2월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을 결혼(기념) 주일로 정해 공포함으로써, 이 결혼의 의미를 새기는 일이 미국과 주변 국가에 넓게 퍼졌다고 하지요. 그러니 아무래도 이날은 천주교에서부터 현대사회에서 결혼의 신성한 의미와 부부 사랑의 값어치를 세계에 퍼지게 한 그런 의미 있는 날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어느 해는 이 결혼의 날이 성발렌타인데이와 겹치는 때도 있다고 하니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주간으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세계 결혼의 날 목적은 결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남편과 아내들의 성실함과 헌신을 칭찬하고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결혼이란 법적인 형식으로 두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중대한 약속인가를 가장 잘 알리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가톨릭에서 시작되었으니 아무래도 일요일 교회에서 이런 행사에 참여해 그 뜻을 기리는 것이 미국에서는 주가 되겠지요. 이때 사람들은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요한복음 15장 12절을 다시 새긴다고 하지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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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에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찍부터 배우며 컸고 그러기에 누구나 사랑을 실행하며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사람의 삶에 얼마나 필요한가, 그것의 장점이 얼마나 많은가를 듣고 살아왔지요. 그런데 그 결혼이라는 것이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음도 알고 있습니다. 현대에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에서 사랑이 실종된 것을, 가장이 파괴되고 자녀가 버려지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희생되는 것을 자주 보고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결혼의 신성함과 소중함을 잊어버리거나 외면하고 있어서 그것이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굳이 통계 숫자를 듣지 않아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것이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가 따르고 기리는 세계 결혼의 날의 유래이자 존재이유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날을 모르고 있을까? 그것을 알아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해마다 5월 21일을 세계 처음으로 '부부의 날'로 정하고 널리 기리고 있는데, 이 부부의 날은 맨 처음에는 개신교 목사 부부가 제창한 것이지만, 추진과정에서 우리나라 가톨릭 교회에서도 적극 동참한 것이기에 사실 우리나라의 부부의 날이 미국에서 시작된 결혼의 날과 같은 취지이며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개신교나 가톨릭을 넘어서서 범사회적인 기념일로 더 커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굳이 미국처럼 2월 둘째 일요일을 결혼의 날로 기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종교인 불교에서도 적극 인정하고 권장하는 것이기에 어느 종교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체가 기리는 날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뭐 굳이 결혼의 날이 언제니 아니니, 또 어떻게 기리니 마니 할 이유가 없으니 부부의 날인 5월에 부부의 값어치, 결혼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기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결혼을 통해 결합하는 것을 장려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요. 그런데 제가 이 2월 둘째 일요일 결혼의 날과 2월 7일부터 14일까지를 결혼기념 주간으로 기리는 것을 올해 처음 알게 되면서 마침 오늘이 우리에게는 정월대보름과 겹치는 날이기에 이 자체가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는 생각에 들었기에, 제 생각을 함께 해보자는 취지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결혼기념 주간에 맞이하는 정월대보름, 서양에서는 보름달에 관한 생각과 의미가 다르니까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우리는 보름달, 그것도 한해 가운데 가장 크다는 대보름날이 되면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빌고 가족 모두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아침에는 이를 위해 부럼을 깨고 저녁에는 떠오르는 달에 우리들의 기원을 두둥실 실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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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기에 저는 오늘은 가족의 안녕을 비는 데에 더불어 우리 부부가 결혼을 통해 사랑으로 자녀를 낳고 키우는 만큼 우리의 자녀들이 자라나서 외로운 영혼으로 방황하지 말고 결혼이라는 하늘이 준 최상의 제도자 방편을 택해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고 이를 지켜 나가면서 다시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이 거룩한 길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소원해 보자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이혼율, 세계 가장 낮은 출생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우리는 정월대보름을 단순히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결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날로 삼자는 것이지요. 가장 원만한 대보름 보름달을 맞아 자녀들이 모두 좋은 짝을 찾아 결합하고 그렇게 해서 멋진 후손들을 낳고 키워내는 이 숭고한 결혼에 모두가 참여하도록 기원하는 날로 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으로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키워내는 것을 우리들의 소원과 소망으로 하는 그런 날로 삼으면 그것이 현재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 서양에서 하는 결혼의 날 기념 주간이 정월대보름과 꼭 들어맞은 올해 대보름날이 결혼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날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올해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