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악 용어로 풀어낸 나주 홍어의 풍미

2025-10-05

[전남인터넷신문]전남 서부와 중부권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홍어가 식탁에 오른다. 명절이나 잔칫날처럼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곧 홍어의 자리이기도 하다. 추석을 앞두고 나주 홍어 전문점들이 분주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홍어 문화의 중심에 있는 나주 사람들에게 홍어는 단순한 발효 어류가 아니라, 삶의 내공이자 문화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홍어 문화의 본산인 나주에서조차 홍어의 참맛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코가 뻥 뚫린다”라거나 “코끝이 알싸한 맛이다”, “발효의 정점이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앞서 국악 용어로 풀어냈던 홍어의 맛을 이번에는 이탈리아 음악 용어에 빗대어 표현해 보고자 한다. 음악과 음식은 서로 다른 감각의 영역이지만, 인간의 감각을 뒤흔들고 기억 속에 각인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홍어를 입에 넣는 순간의 체험은 포르티시모(Fortissimo, 매우 세게)에 해당한다. 첫 향은 곧바로 후각을 강타하며, 강렬한 암모니아 향은 코와 눈을 울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가 일제히 폭발하듯 울리는 순간적인 사운드와도 같다.

씹는 순간 혀끝을 찌르는 듯한 자극은 스포르찬도(Sforzando, 특정 음을 강하게 강조)와 같다. 짧지만 강렬하게 도드라지는 톡 쏨은 피아노 건반을 세게 내리치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홍어의 맛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씹을수록 향은 크레셴도(Crescendo, 점점 세게)처럼 점차 고조된다. 단순한 자극이 코를 타고 머리로 올라가며, 온몸을 흔드는 파동으로 번져간다. 이는 단선율에서 출발해 합창과 관현악의 웅장한 절정으로 나아가는 오페라의 전개와 흡사하다.

그러나 발효의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 경험은 돌로로소(Doloroso, 비통하게, 고통스럽게)로 다가온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강렬한 향 앞에서 어떤 이는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 홍어가 왜 ‘호불호’가 극명한 음식인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폭발적이고 고통스러운 체험 뒤에 찾아오는 변화다. 삼합으로 즐기는 홍어는 아다지오(Adagio, 느리게, 차분히)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묵은지의 산미와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면 격정적인 소나타가 차분히 마무리되는 것처럼 입안은 오히려 편안해진다. 홍어의 자극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은근한 뒷맛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이는 음악에서 마지막 화음을 길게 울리며 끝맺는 순간과 같다.

마지막으로, 삼합의 궁극은 돌체(Dolce, 달콤하게)다. 홍어 특유의 톡 쏨이 사라지고, 묵은지와 돼지고기의 조화 속에서 묘한 단맛이 배어난다. 이는 오페라의 피날레에서 터져 나오는 감미로운 합창처럼, 처음에는 낯설고 고통스럽던 맛이 끝내 묘하게 중독적인 달콤함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홍어를 맛본 사람들은 “다시는 못 먹겠다” 혹은 “이 맛을 잊을 수 없다”라는 두 갈래의 기억을 품게 된다.

따라서 나주 홍어는 하나의 오페라다. 포르티시모로 시작해 스포르찬도로 치고, 크레셴도로 고조되며, 돌로로소의 고통을 지나, 아다지오의 여운과 돌체의 화해로 마무리되는 서사가 그 안에 있다. 음식이 단순히 미각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모든 감각과 정서를 흔드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나주의 홍어가 증명한다.

무엇보다도 나주 홍어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다양하게 다가오는 음식이다. 먹는 이의 감각에 따라 다른 장단과 선율을 느낄 수 있으며, 그 다양함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감각을 고급스럽게 확장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나주 홍어를 맛보는 순간, 우리는 단지 발효 어류를 먹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격정적인 오페라를 몸으로 경험하는 셈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국악의 음색으로 풀어낸 나주 홍어의 맛.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04).

허북구. 2023. 나주 홍어, 무형문화재 지정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3-03-14).

허북구. 2022. 호남선의 홍어와 전라선의 간재미. 전남인터넷신문 나주음식문화(2022-10-13).

허북구. 2021. 나주 홍어 라면의 여행 상품 가능성. 전남인터넷신문 나주문화들춰보기(2021-06-02).

허북구. 2020. 라면 여행과 광양 매실라면, 나주 홍어라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0-10-06)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