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등 8개 동맹국들과 함께 반도체·광물 연합체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자원인 반도체와 희토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 기술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매장 정제 능력을 기반으로 미국을 상대로 압박 전략을 구사하자 미국은 동맹국과 연대해 이에 맞서는 핵심 공급망 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특히 첨단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술 공급망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커지자 미국이 AI 기술 밸류체인을 자국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제이컵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참여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국가부터 풍부한 광물 자원을 가진 국가까지 다양하다”며 에너지, 핵심 광물, 첨단 제조, 반도체, AI 인프라, 물류 분야 전반에서 협정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맹이 눈에 띄는 점은 구성 자체가 AI 기술 산업의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조직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메모리 반도체 등 AI 칩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AI 생산망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네덜란드는 ASML을 앞세워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장비 강국이고, 일본 역시 반도체 제조 필수 공정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호주는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을 대량 보유한 자원 강국으로 꼽힌다. UAE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는 등 인프라 부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들 국가를 모두 묶어 중국을 배제하고도 AI 산업의 필수 기술과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희토류로 상징되는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약점도 미국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과거부터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 확보를 목표로 ‘에너지 자원 거버넌스 이니셔티브’(ERGI)를 출범시켰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도 개발도상국 광산 프로젝트에 서방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지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및 영구자석 정제 능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미국의 대중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이 추가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 발표에 미국은 희토류가 아킬레스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첨단 산업 전반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이 확대된 점도 미국의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2차 전지, 반도체, 풍력 터빈, 미사일 시스템, 로봇, AI 칩 등에서 필수적이어서 첨단 산업의 핵심 요소로 불린다. 특히 중국이 수출 제한을 강화할 경우 AI 칩·로봇 부품의 글로벌 생산망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밝힌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AI 경쟁의 핵심 자원이 중국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은 전략적 취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개발도상국 19개국과 함께 희토류·광물 채굴 관련 국제 협력체를 띄운 것도 미국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헬버그 차관은 “수십 년간의 실패한 세계화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지도, 핵심 공급망을 유지하지도 못했다”며 “미국은 우리의 막대한 부와 기술적 우위를 활용해 리더십을 확보하고, 그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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