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번가가 SK플래닛의 품으로 돌아갔다.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복잡한 셈법을 정리하고 급한 불을 껐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 개선과 사업 재설계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다.
11번가의 과제는 명확하다.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2008년 출범한 11번가는 오픈마켓 모델 확산과 온라인 쇼핑 대중화를 이끈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과 네이버의 검색·광고 생태계, 각종 특화 플랫폼까지 영역별 강자들이 치열하게 맞붙는 '다층 경쟁 구도'로 재편되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박현수 11번가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레터를 보내 “홈탭 중심 사업구조로는 성장과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하면서 미들·롱테일 상품의 검색 활성화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조직의 수장이 '과거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SK플래닛과의 결합도 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혁신이 요구된다. 단순히 적자 자회사를 흑자 모회사가 떠안는 구조가 된다면 공멸뿐이다. SK플래닛이 보유한 OK캐쉬백의 250만 충성 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11번가의 방대한 커머스 데이터와 결합해 '데이터 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고객이 검색하기 전에 의도를 파악하고, 최저가가 말고도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맥락 있는 쇼핑' 경험 제공이 차별화의 길이다.
SK플래닛 편입은 11번가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편이 재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마주할 현실은 한층 더 냉혹하다.
11번가는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수익 중심의 '실리적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못하면, 시장에 의해 부정당할 뿐이다. 완전히 달라진 11번가의 '자력 생존'을 기대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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