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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이 최근 몇년 새 재확산하고 있다. 임산물 생산도 타격을 입어 농가 시름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재선충병 감염 개체수는 2017년 99만그루에서 2021년 31만그루로 줄었으나, 2023년 107만그루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엔 90만그루로 소폭 감소했지만 2021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큰 수치다.
분포지역도 광대하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142개 시·군·구에 퍼져 있다. 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목 반경 2㎞ 이내로 지정해 관리하는 소나무류 반출 금지 구역도 올 1월1일 기준 총 431만4881㏊로 전체 국토면적의 43%에 달한다.
문제는 재선충이 소나무뿐 아니라 소나무 군락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이나 잣과 같은 임산물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잣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한다.
실제로 국내 잣 생산량은 2016년 9682t에서 2023년 816t으로 급감했다. 국내 최대 잣 주산지인 강원 홍천의 군산림조합은 지난해 잣을 23t밖에 수매하지 못했다. 이는 전년의 20% 수준이다.
박유봉 홍천군산림조합장은 “잣송이를 까보면 알맹이가 없다”며 “과거 주산지였던 경기 가평엔 잣이 아예 나질 않고 (최대 산지인) 홍천에도 원체 물량이 없으니 우리나라 잣 생산이 위기에 봉착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송이버섯 생산량도 감소했다. 전대현 한국임업후계자협회 경북도지회장은 “기후변화까지 겹쳐 지난해 송이버섯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20% 수준이었다”면서 “이대로라면 국산 송이버섯은 산삼보다 더 귀해질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재선충병의 재확산세를 막기 위해 산림청은 올해 중점 대책으로 수종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피해 발생지 약 7000㏊에 대해 이 질병에 강한 벚나무·편백나무·스트로브잣나무·백합나무·단풍나무·고로쇠나무 등으로 수종을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산림청이 제시한 대체 수종이 현지에 맞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례로 재선충병이 가장 심각한 경북 경주와 최근 확산 일로인 강원 춘천의 경우 각각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이 다르다. 편백나무는 따뜻한 기후에만 적응할 수 있어 강원지역에선 서식할 수 없다. 급격히 빨라지는 기후변화도 변수다. 대체 수종이 달라진 기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삼나무 사례처럼 획일적인 수종 전환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1960년대 국가 정책으로 전국에 삼나무를 심었지만 꽃가루 알레르기 등이 문제가 된 데다 목재 가격이 하락해 ‘숲의 묘지’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농가의 대체 소득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종 전환이 이뤄지면 소나무 군락에서 생산했던 임산물을 더이상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산림조합 관계자는 “예를 들면 전환 수종에 밀원수를 포함시켜 농가들이 양봉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장기적 조림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필선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국토에 아까시 등 일부 수종만을 심었던 건 땅이 황폐화돼 목재용 나무는커녕 별다른 식물도 잘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목재 활용 등 나무의 다양한 용도를 고려한 장기적 조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천=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