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30·LG)가 살아났다. 그간의 부진을 설욕하듯 강력한 구위와 완벽한 제구로 강타자가 포진한 삼성 타선을 꽁꽁 얼렸다. 에르난데스는 “시즌은 길다”라며 본격적인 레이스의 시작을 알렸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15일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노히트 노런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그가 6이닝 동안 상대한 타자는 19명에 불과하다. 6회 삼성 이재현의 팔꿈치를 맞혀 사사구로 출루시킨 것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베이스를 내어주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6회를 마친 뒤 오른쪽 허벅지에 뭉침 증상이 있어 강판됐다. 좋은 흐름을 이어받은 LG 투수들은 이후에도 무안타 기록을 이어가며 KBO리그 4호 팀 노히트 노런 승리를 합작했다.
에르난데스의 주 무기는 시속 150㎞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다. 이는 단기전에서 빠르게 상대 타선을 잠재우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빠른 직구를 활용해 4이닝 이하의 짧은 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그러나 에르난데스의 투구 스타일은 이닝 수가 길어지면 정타를 맞을 위험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정규시즌에도 11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지난 9일 키움전에서는 5.1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맞았다.
LG 코치진도, 에르난데스 본인도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에 나섰다. 구속이 안 나오는 날에 대비해 종으로 떨어지는 유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에르난데스가 최근 스플리터를 익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15일 경기에서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였다. 직구 36개, 커브 21개, 슬라이더 10개, 체인지업 8개, 투심/싱커 4개였다. 에르난데스의 평균 변화구 구사율은 44.2%인데 전날에는 이를 49.3%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의 베테랑 타자들은 에르난데스의 변화구에 속아 헛스윙을 휘둘렀다.

에르난데스는 삼성과의 경기 후 “최근 KT전에서는 제가 투구를 공격적으로 하지 못했고 키움전에서는 홈런을 세 방 맞으면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라며 “두 경기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못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경기 결과로 극복해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은 길고 제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데이터분석팀과 김광삼 투수코치가 에르난데스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주면서 그의 피칭을 다시 정상 궤도로 만들어줬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