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플레이오프(PO) 1차전 한화 승리의 공신은 불펜으로 나선 문동주였다. 문동주는 8-6으로 앞서던 1차전 7회초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에이스 코디 폰세의 6이닝 6실점 강판 충격을 털어내고 9-8, 1점 차 팀 승리를 이끌었다.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었지만 문동주의 불펜 투입이 없었다면 한화의 PO 1차전은 훨씬 더 험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은 시리즈 문동주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고민이다. 한화는 19일 2차전 ‘불펜 문동주’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문동주를 연이틀 불펜으로 투입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써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발 등판한 라이언 와이스가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타선은 삼성 최원태에게 꽁꽁 틀어막혔다. 1차전 한화 타선은 2회초 선제 3실점 한 이후 곧장 5점을 올리며 김 감독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줬지만, 이튿날 2차전은 그러지 못했다.
21일 대구에서 열리는 PO 3차전 한화 선발은 류현진이다. 삼성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와 맞대결한다. 접전 승부가 펼쳐지면 문동주가 다시 불펜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1차전에 비해 부담이 훨씬 더 크다. 한화는 마땅한 4차전 선발이 없다. 1차전 난타를 당하면서 105구를 던진 폰세를 사흘 휴식 후 22일 4차전 마운드에 올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한화는 시즌 후반기부터 ‘주 2회’ 등판도 제한하면서 폰세를 관리해왔다. 문동주를 3차전 불펜으로 소모하고 경기까지 내준다면 한화는 ‘지면 끝’인 시리즈 4차전을 ‘불펜 데이’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3차전을 선발 류현진과 기존 불펜진으로 따낸 뒤 문동주를 4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마무리 김서현이 PO 무대에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남겼지만, 다른 불펜 자원들은 포스트시즌 첫 2경기에서 비교적 호투했다. 1차전 9회 마무리 김서현을 구원 등판한 좌완 김범수가 0.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차전 와이스에 이어 차례로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들도 9회초 강민호에게 2점 홈런을 맞은 엄상백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무실점 피칭을 했다.
문동주가 4차전 선발 등판한다면 국가대표 투수 간 맞대결이 펼쳐진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차전 승리 후 원태인이 4차전 선발로 나선다고 못박았다.
원태인과 문동주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선발진을 이끌 자원들로 평가받고 있다. 올가을 컨디션도 양 팀에서 가장 좋다. 문동주가 1차전 최고 구속 161.6㎞로 KBO기록을 갈아치우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원태인은 와일드카드시리즈 2차전과 준PO 3차전 선발로 등판해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