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탄핵 키'였던 최순실 공소장…尹엔 '김용현 공소장'이 닮은꼴

2024-12-29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헌정사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당시 헌재 결정문에는 110일 먼저 형사재판에 넘겨진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검찰 공소사실이 빼곡히 등장했다.

특히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마련 등을 위해 롯데·현대차·KT·포스코 등 대기업들을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 최씨에게 대통령 일정·인사·외교·정책 관련 문건들을 유출한 ‘문고리 3인방’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현 윤석열 대통령실 시민사회3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반면 최씨의 혐의와 무관했던 세월호 참사로 인한 생명권 침해 등은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헌재는 “박근혜는 대통령 지위나 국가기관을 이용해 적극적·반복적으로 최서원의 사익 추구를 돕고 기업의 재산권 및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 “(문건 유출로) 대통령 취임 때부터 3년 이상 공직자가 아닌 최서원의 의견이 비밀리에 국정 운영에 반영됐다”며 “대통령으로서의 공익실현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파면 사유를 설명했다.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 역시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면에 큰 영향을 미쳤다.

尹 발언 가득한 김용현 공소장…탄핵심판 열쇠될 듯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어떨까. 12·3 비상계엄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주도한 혐의로 지난 27일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이 ‘최순실 공소장’과 유사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된 여러 진술이 돌출적으로 드러나서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며 공개한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에게 전화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줘라”라고 지시하고, 조지호 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명령했다.

또 국회 주변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계엄이) 해제됐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 등을 지시했다. 이어 무장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킨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도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을) 다 끄집어낼 것” 등을 명령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조’와 관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도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10여 명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검찰과 공수처는 이같은 진술들을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朴·尹, 수사·탄핵 투트랙 모두 닮은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이끌었던 윤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수사와 탄핵심판 양쪽에서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당시 국정농단 수사는 3단계로 이뤄졌다. 검찰 특수본 1기(2016년 10월 출범)→박영수 특검(2016년 12월 출범)→검찰 특수본 2기(2017년 3월 출범) 순이다. 검찰 특수본 1기가 최씨를 구속기소한 것은 특검 출범 전인 2016년 11월 2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최씨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3월 10일이다. 김 전 장관의 구속기소 역시 특검 출범 전에 이뤄졌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김 전 장관 1심 중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이라면 헌재의 다음 관건은 김 전 장관 등 핵심 피의자들의 수사 기록을 탄핵심판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27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서 국회 측 변호인단은 “헌재가 검찰·경찰·군검찰 등 수사기관에 구속영장 청구서와 피의자 신문조서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장관 등 구속 피의자 9명을 비롯한 증인 15명도 신청했다. 헌재는 국회 측 신청에 관해 논의한 뒤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수사·재판 중인 사건 기록 송부 요구는 헌법재판소법 32조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당사자(박근혜)의 기록이 아니므로 요구할 수 있다”고 이의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수사기관 출석 거부 역시 반복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는 약 5개월의 공회전 끝에 파면 이후에야 성사됐다. 검찰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 중이듯, 박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 특수본 1기와 특검도 꾸준히 출석을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 “특검 수사도 수용” 의지를 밝혔으나 정작 검찰의 출석 요구에는 “시간을 달라” “국정 수습이 우선”이라며 3~4차례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 때도 언론에 조사 일정이 사전 유출되거나 조사실 녹음·녹화 여부를 두고 이견 끝에 조사가 불발됐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첫 조사는 검찰 특수본 2기에 가서야 헌재의 탄핵 결정 11일 뒤인 2017년 3월 21일 민간인 신분으로 이뤄졌다.

최순실·김용현 다른 점은

수사의 내용 면에서 김 전 장관의 공소사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적용되기 더 쉬운 구조다. 앞서 최순실 수사팀의 고민은 최씨가 ‘민간인 신분’이란 점이었다. 흔히 ‘공무원 범죄’로 불리는 뇌물죄나 직권남용죄를 소위 ‘비선’인 최씨에게 적용하기란 법리적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검찰은 최씨를 공무원인 안 전 수석의 공범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더 나아가 ‘경제공동체’ 법리를 고안한 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제3자 뇌물’의 공범으로 의율했다. 특검팀이 2017년 2월 최씨를 뇌물수수·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한 배경이다.

반면 김 전 장관의 신분은 공무원이다.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국무위원 임명·지휘·감독권을 가진 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위원’으로 명료하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주장 중인 ‘불법 수사’ 여부는 향후 탄핵심판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법리상 내란죄가 될 수 없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