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49〉교육 인프라, 국가적·장기적으로 고민해야

2025-09-15

“무조건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것 중 활용도가 높고, 좋은 평가를 받는 제도나 시스템은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 고도화 한 후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매번 정권이 바뀔때마다, 또는 지역 교육청마다 궁극적으로 취지는 같은데, 운영 방식이 각기 다른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매번 적응만 하다가 말아요. 범국가 차원으로 총괄적이고, 장기적 플랜으로 마련하고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오랜 기간 학교 현장을 지킨 한 교사의 말이다. 매번 단기적으로 적용을 하다보니 '지금 쓰는 이 교육 인프라는 얼마나 쓸건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또 이번에는 뭐가 생길까'하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는 다수의 학습 인프라가 만들어졌다 유명무실해진다. 디지털 교육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공지능(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이 화두로 떠오른다.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평가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행으로 들어가면 사고력 교육에 대한 평가가 늘 이슈로 떠오른다.

서·논술형 특징상 사람이 하나 하나 평가를 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확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교사의 막대한 노동력을 필요로하고, 교사의 사적 감정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고력을 높이는 교육은 '평가'라는 벽에 부딛혀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 개발로, 그리고 신뢰도가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사고력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이 개발한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대담, 교육리더를 만나다'를 통해 만난 임태희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의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은 교사가 설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AI가 먼저 학생 답안을 채점하고, 교사가 다시 검토·보완하는 구조라고 한다.

운영 결과 AI와 교사간 채점 일치율은 95%를 넘었으며, 학생 30명 분량을 채점하는 데 4~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채점 시간은 크게 줄고, 교사는 수업 개선과 학생지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기 표현력과 논리 전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한다.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은 현재 경기도 소재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이달부터 초등학교에서 적용한다. 2026학년도에는 전학년, 전교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아가 경기도교육청은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을 수행평가 개선, 대학입시 제도 개편, 공정한 교육기회 제공 등 정책과도 연계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AI서·논술형평가시스템이 우리나라 공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로 제시되자, 각 교육청마다 너도 나도 앞다퉈 동일한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취지나 기능은 같은데 운영방법이 다르고, 시스템간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전국 통합 운영이 불가능하다. 교사와 학생들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시스템에 익숙한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정책 의사결정권자라도 바뀌면, 기존 인프라는 모두 뒷전으로 밀리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국가적인 낭비다. 지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교육 인프라라면, 그것이 특정 교육청이 마련해 운영했다 하더라도, 특정 정권 하에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장기적으로 활용이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전국 어디서나, 누구나 장기적인 교육 플랜 하에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범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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