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비상계엄때 불법 구금후 옥살이한 해직교사 44년에 무죄

2024-12-11

[전남인터넷신문]군사정권이 비상계엄을 내렸던 1980년 북한 찬양 발언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해직 교사가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11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태영(6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남지역 한 고등학교 독일어 교사로 일하던 이씨는 1980년 3월 군대에 입대한 지 한 달 만에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 체포된 뒤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반국가단체인 북괴와 김일성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대학 재학 중 교정 등에서 친구들과 "김일성이나 박정희는 장기 집권에 있어서 마찬가지다", "반공법은 국민을 억압하는 악법으로 폐기돼야 한다"는 등의 말을 나누며 북한을 찬양해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했다는 것이었다.

교사에서 해직된 이씨는 옥살이 후 학원 강사를 했지만, 공안들의 방해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지난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씨 사건을 세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보안사령부(현 방첩사)가 입대 전 이씨를 불법적으로 내사하거나 불법으로 잡아 가둬 구타와 고문을 한 사실을 밝혀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10월 부산지법에서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재판부는 "1980년 3월 8일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고, 그동안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한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김일성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더라도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성이 있었음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44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이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로 악몽에 시달렸다"며 "40여년간 무거운 바위에 짓눌린 듯 살아왔는데 이제야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아내 박문옥 씨는 "남편의 일생은 계엄으로 시작해, 계엄으로 끝났는데 만약 최근 계엄 사태가 지속됐다면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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