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데이비드 벨로스·알렉상드르 몬터규 지음
이영아 옮김
현암사
1981년 폴 매카트니는 마이클 잭슨을 집에 초대했다. 즐겁게 식사를 마친 뒤 폴은 목록을 하나 보여 주었다. “이게 진짜 돈이다.” 그것은 폴이 저작권을 가진 노래의 목록이었다. 나중에 폴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할 것이다. 깊은 인상을 받은 잭슨은 곧 폴이 비틀스 시절 만든 노래들의 저작권을 사들였다. 이것은 옛날에 폴의 손을 떠난 것으로, 한때 다시 사들이려고 했으나 가격이 너무 올라 보류했던 것이었다. 잭슨은 생전에 이 권리를 소니뮤직에 팔았다. 소니뮤직은 지금도 공격적으로 여러 아티스트들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중이다.
이게 잘못인가? 두 저자에 따르면 잘못이어야 맞다. 이들에 따르면 법인이 ‘저작권’을 소유하는 건 맞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저작권은 사업자가 아닌, 작가에게도 권리를 주자는 명분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다. 사업자는 자신과 무관해 보이는 권리를 하나 만든다. 그리고 그것까지 다 손에 넣은 다음 두 배의 이익을 본다. 이것이 간추린 저작권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 권리는 더 강화될 뿐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폴이 말했듯, 돈이 된다는 걸 모두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작권의 미래이다.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저작권의 문화사이다. 저자 데이비드 벨로스는 프린스턴 대학교의 불문학 교수, 알렉상드르 몬터규는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이다. 이들은 저작권이라는 근대의 발명이 걸어온 기이한 길을 추적한다. 표지가 판권 페이지처럼 꾸며져 있는데 이는 원서와 동일하다.
여기서 세 가지 연도는 기억하면 좋겠다. 첫째 1710년. 영국에서 최초의 저작권법인 앤 여왕법이 공포되었다. 이 법은 저작자에게 최대 28년의 권리를 주었다. 그러나 사업자는 이를 구입하면 “영원히” 권리를 소유했다. 둘째 1909년. 미국 하원이 저작자 개념에 “고용주”(employer)를 포함시켰다. 대부분의 저작권을 법인이 소유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 셋째 1976년. 미국의 저작권법 정비. 이때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보호 기간이 늘어났다. 저작권자에게 한 세기 동안의 권리를 준 것이다. 미국이 저작권을 강화시키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다. 문화적 후진국이던 시절 미국은 최대의 저작권 해적 국가였다. 지금은 전 세계 저작권 수입의 1/4이 미국으로 간다.
저작권은 원래 작가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나중에 저작권은 모든 걸 집어삼키는, 법인 소유의 괴물이 되었다. 이미 창작자와 별 관련이 없다. 대체로 동의하더라도 마지막 문장은 우리의 소박한 믿음과 충돌하기 때문에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이를 자명한 것 취급하는 것 같다. 수익이 나는 저작권 대부분이 법인 소유라는 통계면 충분한 것일까. 저작권이 아예 태어나지 않았거나 중간에 폐기되었다면(1870년 거의 그럴 뻔했다) 더 좋았을 거라고 저자는 믿는 듯하다.
물론 어디까지가 논쟁을 위한 주장인지, 정말로 저작권이 폐지될 수 있는지, 그러면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기는 했다. 이 책 15장에 나오는 프랑스 혁명기에 모든 출판권이 폐지되면서 발생한 대소동인데, 이 사건이 저자의 논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이해하기는 힘들다. 혁명 지도자들은 출판의 무정부 상태를 수습하기 위해 별수 없이 저자와 업자에게 권한을 재부여해야 했다.
지금 AI는 저작권에도 중대 관심사가 됐다. 2023년 존 그리셤, 조너선 프랜즌 등 유명 작가들이 챗GPT의 회사 오픈AI를 고소했다. AI의 ‘학습’에 자신들의 작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저작권자의 실력 행사를 좋게 보지 않는 책이니 그럴 수도 있다. 저자는 AI 뒤에 기업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지적할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의 독자들은 그 뒤의 전개를 상상할 수 있다. AI가 수억 권의 소설과 시나리오를 쓴다. 웹 어딘가에 발표한다. 우연히 비슷한 설정이나 문장을 사용한 작가를 찾아 내용 증명을 보낸다. 인간 창작자는 원고는커녕 피고가 되어 고통받는다....그때 가면 왜 진작 저작권을 폐지하지 못했을까 후회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