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애독한 비밀정보지…"그 편견이 대기근 불렀다"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2025-01-25

1953년 중국 안후이성의 한 마을에 마오쩌둥의 눈을 가린 초상화가 걸렸다. 가뭄과 흉년에 굶주린 농민들이 “마오 주석은 비참한 우리를 보지 못하나”라는 원망을 초상에 담았다. 이를 발견한 신화통신사 기자가 ‘내부참고(內部參考·이하 내참)’라는 고위 간부에게 배포하는 비밀정보지에 직보했다.

저우쥔(周俊·38) 일본 고베대 교수의 신간 『중국공산당의 신경계(神經系)-정보시스템의 기원·구조·기능』에 소개된 일화다. 2022년 베이징 육교에 걸렸던 “독재가 아니라 민주를 원한다”던 플래카드를 연상시킨다.

중국 후난성 태생의 저우 교수는 중국공산당(중공)에 불리한 사실을 취재한 내부 정보지 ‘내참’을 실증 연구했다. 그 결과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았던 50년대 말의 대기근이 잘못된 정보가 아닌 마오의 편견이 초래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막무가내 ‘제로코로나’ 방역과 뒤늦은 경제 부양책도 맥락이 비슷하다.

저우 교수는 비밀주의에 빠진 중공의 정보시스템을 사람의 신경망에 비유했다. 혈관과 달리 신경에는 판단 능력이 있어서다. 판단을 내리는 두뇌가 중공 최고지도자라는 논리다. 저우 교수와 e메일 인터뷰로 비밀정보지 ‘내참’과 중국 정보정치의 맹점을 물었다.

마오쩌둥이 애독한 신화사 ‘내참’은 지금도 유통되나.

“『시진핑 치국이정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련 지시를 확인할 수 있다. 내참을 지금도 읽고 있다는 증거다. 2016년 2월 시 주석은 신화사를 시찰하며 “지방에서 일할 때 내참 업무를 중시했고, 중앙에서 일하면서는 더욱 중시했다”고 말했다.”

중공 최고지도부의 정보 수집을 4개 채널로 분석했다.

“지금도 중국에선 ▶관료 시스템이 만든 보고서, ▶신화사의 내참, ▶신방(信訪, 서면 및 방문 민원) 제도, ▶지도자의 지방 시찰 등 네 가지가 중요한 정보 채널이다. 중공은 건국 초 날씨까지 비밀로 취급했을 정도로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때문에 지도자가 어떻게 정보를 취득하는지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마오 시대는 역사학자가 수집한 사료로 밝힐 수 있지만, 시진핑 정권은 자료가 부족해 현황을 알 방법이 없다. 간접적으로 네 가지 경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은 확인된다.”

“옳은 정보가 바른 판단 보장 못 해”

중국 최고지도자의 ‘인지편견(Cognitive Bias)’을 강조했다.

“안데르센 동화의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독재체제에선 처벌이 두려워 진심을 말하기 어렵다. 황제는 쉽게 속아 어리석은 실수를 한다. 1950~60년대 중국의 대기근을 연구할 때 많은 학자가 채택하는 논리다. 다만 여기에는 독재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간단하지 않다. 제 연구에 따르면 ‘대약진 (운동)’에 앞서 마오는 기근으로 농민이 굶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독재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었다고 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종종 고유한 세계관 혹은 선험적인 결론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고 해독한다. 모든 정보를 완전히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인지편견은 지금도 편향된 소셜미디어(SNS)로 증가 추세다.

“SNS가 범람하는 지금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인지편견이 큰 문제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뉴스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SNS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관련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정보는 인간이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편견에 사로잡히게 하는 해로운 것이다.”

“중국 기자 대부분 용감하고 신중”

‘내참’을 선전과 공존하는 중국식 ‘언론’으로 분석했다.

“신화사의 내참은 당 중앙선전부(중선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선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는 일을 한다. 공산당의 합법성 강화를 위해서다. 내참은 부정적인 정보를 강조한다. 정책결정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서다. 내참이 최고지도자의 취향에 영합할 가능성도 있다. 최고지도자가 미·중 대결을 강조할 때, 신화사 기자는 미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하지 않는다. 일부 용감한 기자들은 진실을 말하고 결과를 감수한다. 대부분 기자는 용감하면서 동시에 신중하다. 기자의 펜 아래에 사물은 ‘흑’ 아니면 ‘백’이 아니다. 흑백이 공존한다. 기자는 진실을 말하면서도 최고지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는다.”

내참에도 등급이 있나.

“중앙정치국 안에도 내부 정보의 차별이 있다. 마오 시대에도 존재했다. 60년대 신화사는 내부 정보지의 등급을 나눴다. ‘국내동태청양(國內動態清樣)’은 장관급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국내동태청양부록(附頁)’은 정치국원만 볼 수 있었다. 신화사는 ‘부록’을 만들며 일부는 상무위원에게만 따로 보냈다. 중국에서 정보는 공공재가 아니라 권력이고, 독재의 도구다. 정보의 유통이 반드시 서열 구조여야 하는 이유다.”

중국에서 권력자의 편견을 바로잡을 방법은

“독재 정권이 풀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중국이 주기적으로 의사결정에서 실패했던 이유다. 그러나 정보시스템 자체는 강인하기 때문에 지도자는 항상 문제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독재 정권은 취약성과 강인성을 동시에 지닌 모순의 정치체제다. 21세기인 지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도입과 활용으로 당의 정보 획득 능력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기술혁신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보를 얻는 신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보를 해독하고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은 영원히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인지편견은 시공간을 초월한 이슈다.”

저우쥔

1987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났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 특임연구원, 베이징대학 역사학부 교환교수 등을 거쳐 현재 고베대 국제문화학연구과 교수. 저서로 『중국현대사 자료목록집: 마오쩌둥 시대의 내부 잡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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