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 만족도 높인 히어링허브
개별 청력 특성 고려한 전문 시스템
청각 전문가의 지식, 임상 경험 바탕
가상의 소음 환경서 소리 균형 조율

소리는 소통의 중요한 도구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갈수록 대화가 단절돼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보청기는 난청인의 원활한 청음을 돕는 의료기기다. 보청기 재활 전문기관인 히어링허브 분당센터 원종규 청각사는 “난청으로 인한 청각 소실 기간이 길수록 재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보청기 착용으로 난청을 개선하고 남아 있는 청력을 보존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만족도다. 어렵게 마음먹고 보청기를 끼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착용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흔하다. 국내 난청 인구의 보청기 구매율은 17. 4%이며, 이 중 보청기를 꾸준히 사용한 비율은 2.6%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다. 보청기를 껴도 소리가 울리거나 날카롭고, 말소리가 명료하게 들리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다.
히어링허브는 보청기 착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우선 개인별 청력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도록 돕는다. 원 청각사는 “난청인의 보편적·개별적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선정하고 이를 잘 관리함으로써 보청기 만족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파수별 청력 역치와 어음 변별력 등 사용자의 기본적인 청력과 보청기의 종류별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청기를 선택해야 적응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
AI 기술로 소음 환경서 청취력 개선
예를 들어 한쪽 귀 청력만 떨어지는 편측성 난청으로 일반 보청기 착용이 어렵다면 양쪽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 크로스 보청기로 잃어버린 방향성을 살림으로써 일상생활과 소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엔 인간의 뇌가 학습하는 원리를 모방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학습하고 사용자의 상태를 파악해 최적의 소릿값을 도출하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보청기가 나왔다. 주변 360도 전 방향의 말소리와 소음을 구분해 말소리에 집중해 주는 기술이 도입된 스위스 제품, 4D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음과 사용자의 신체 움직임까지 고려해 5데시벨(㏈)가량의 범위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주는 덴마크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술은 어음 변별력이 낮거나 자음을 잘 구별해 듣지 못하는 소음 상황에서 대화 청취가 어려운 사람에게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기의 주파수를 조절하며 보청기 적응을 돕는 피팅 과정도 착용 만족도와 직결되는 요소다. 보청기는 잘 듣지 못하는 주파수 영역 위주로 소리를 증폭하고, 사용 환경에 따라 주파수 반응을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보청기 피팅은 여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을 하나하나 설정해 주는 정교한 작업이다. 난청인의 기본 청력만 고려해 이뤄지는 단순한 피팅 작업은 보청기 착용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다. 특히 국내엔 주로 영어권 국가에서 개발한 보청기가 통용된다. 피팅 공식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그대로 적용했다간 일상의 소리가 거슬리게 들릴 수 있다. 원 청각사 는 “정확한 청력 평가를 할 수 있는 장비와 청각 전문가의 지식, 임상 경험이 뒷받침돼야 최적의 피팅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중·저 주파수의 말소리가 주를 이루는 한국 어음의 특성을 고려한 피팅을 진행해 소리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울림 현상 줄이고 소리 명료도 향상
히어링허브에선 소음 환경에서 높은 청취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상 음향 환경(VSE·Virtual Sound Environment)을 활용한 피팅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식당이나 강당, 회의실, 카페, 지하철 등 다양한 생활 공간음을 상하부 10개의 스피커를 활용해 360도로 제공한다. 이렇게 실제 청취 환경과 가장 유사한 조건을 조성한 다음, 피팅 작업에 나섬으로써 실생활에서 좀 더 소리 명료도가 높은 청취 활동을 지원한다.
보청기 착용자가 흔히 겪는 울림 현상도 세밀한 피팅 작업으로 개선한다. 원 청각사는 “보청기를 꼈을 때 공기 압력으로 인한 불편함을 인위적으로 줄여주는 환기구의 사이즈를 확장하거나 주파수별 조절, 오픈형 제품 사용 등을 통해 울림 현상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음질을 유도한다”며 “반면에 울림이나 소음 제거를 목적으로 말소리 변별력에 영향을 주는 주파수 대역에서 소리 압축이 과도하게 이뤄지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