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정현 사랑플러스병원 척추센터 원장
일상 질환까지 무조건 큰 병원 찾아
시급한 환자들 치료 지연될 수도

병에 걸리면 무조건 수도권 대형병원부터 찾는 이들이 많다. 이로 인해 3차 의료기관인 서울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지역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희귀 질환이나 암 치료에서는 대형병원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외에 일상적인 질환까지 무조건 대형병원에 의존하면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의 치료가 지연되고, 진료 시간이 짧아져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내 2차 병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형병원 못지않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신뢰를 환자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지역 병원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척추 질환이다. 고령화로 척추 질환은 점점 더 흔해지고 있으며 퇴행성 질환이 아니더라도 외상 등으로 척추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본원에도 관련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가 잇따른다.
넘어져 목을 다친 뒤 갑작스럽게 사지마비를 겪은 환자가 그중 한 명이다. 응급조치가 필요했으나 의·정 갈등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방문이 어려워 우리 병원을 찾아온 경우였다. 검사 결과 경추후인대 골화증이 확인됐다. 인대가 뼈처럼 딱딱해지고 두꺼워져 경추 신경이 지나는 길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경추 후인대 골화증일 때는 목과 양 견갑골(팔 뼈와 몸통을 연결하는 뼈) 사이에 통증이 나타나고 때로는 팔 저림까지 동반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보행 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할 수도 있어 환자에게 내용을 충분히 설명한 다음 본원에서 수술 치료가 이뤄졌다. 이후 퇴원할 때는 환자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만큼 증상이 회복됐다.
물탱크 청소 중 낙상해 실려 온 환자도 있었다. 당시 환자는 요추의 분쇄 골절로 심한 허리 통증에 좌측 다리 마비 증상까지 겪었다. 분쇄 골절의 경우 척추체가 단순히 주저앉는 압박 골절과 달리 척추체가 완전히 부스러지고 그 뼛 조각이 신경이 지나는 통로까지 침범해신경 손상도 동반될 수 있다. 후복강(복막과 뒤 배벽 사이의 공간)까지 열어 수술해야 해 쉽지 않았지만, 이 환자 역시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해 맘 편히 병원 문을 나섰다.
사고 외에 일상생활 중 갑자기 심한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 등으로 걸을 수가 없다며 구급차에 실려 오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요추 추간판탈출증,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로 진단된다. 추간판탈출증은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체를 드는 동작을 할 때뿐만 아니라 기침이나 재채기를 심하게 하고 나서도 발생할 수 있을 만큼 흔한 척추 질환이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며 필요하다면 최소침습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치료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지역 병원이 확대되고, 이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환자들은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더욱 쉽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 역시 완화되고 의료 구조가 개선돼 좀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