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0시 KBS1 ‘다큐 인사이트’가 광복 80년 기획으로 ‘2025 빅퀘스트’를 방송한다.
국민 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담당해 국가 경제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많은 협력업체에 미치는 파급력까지 생각한다면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첨단산업을 주도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삼성전자.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기업 순위는 1년 전보다 일곱 계단 하락한 21위에 머물렀다.
국내 증시 대장주로 한때 9만 원을 웃돌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 원대로 하락해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기는 현장에서도 체감된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이 일부 중단되었고 향후 재개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 약 6만 노동자가 일하던 건설 현장은 활력을 잃었고 공장 주변으로 형성된 상권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022년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면서 반도체 시장은 지각 변동을 겪었다. 오랜 시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강자였던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밀려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2012년쯤에 삼성전자에 먼저 엔비디아에서 요청이 왔어요. 해보니까 요구사항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힘든 거예요. 아, 이거 해보니까 그런 특수한 고객만 쓰는 메모리는 돈이 안 될 것 같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서 직원 인터뷰 中)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19년 1분기 19.1%였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4년 3분기에는 9.3%를 기록하며 1위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공장 건설에도 20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은 연기되고 있다.
“파운드리는 설계에 따라 공정이 다 달라지게 돼 있거든요. 발주처인 팹리스 회사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정말 중요합니다.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주겠다. 그 서비스가 없으면 지금은 만들지 못하는 수준까지 와버렸죠”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장, 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인터뷰 中)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영역을 뛰어넘어 안보와도 직결되는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가 최첨단 반도체의 패권을 갖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부터 이른바 ‘칩스법’(반도체와 과학법 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미국의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중국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자국의 반도체 기술을 육성하여 스스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다. 저렴한 가격과 대량 생산을 앞세운 중국은 한국 반도체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하고 경쟁을 뭐를 가지고 할 거냐? 중국이 아직 없는 게 있습니다. 믿음이 없습니다. 신뢰하냐고요? 안 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자”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 인터뷰 中)
비상계엄으로 시작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은 사회,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사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K-칩스법이라 불리는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에서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반도체 경기도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많은 불확실성과 위기 속,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