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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최하위’ 약점 지우는 ‘레수봉’의 화력…큰 부상 없던 탄탄한 선수층에 ‘원팀’ 만들어낸 블랑표 소통도 한몫…7시즌만에 리그 정상서 ‘트레블’ 정조준
현대캐피탈이 완벽한 팀은 아니다. 수비 관련 수치가 리그 최하위권이다. 22일 기준 리시브 효율 0.32%로 7개 구단 중 6위, 세트당 디그는 9.556개로 전체 꼴찌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가장 압도적인 팀이다. 수비적인 아쉬움이 좀처럼 체감되지 않는 것은 차원이 다른 화력 때문이다. 공격 성공률(53.75%), 오픈공격 성공률(42.63%), 후위공격 성공률(56.56%), 속공공격 성공률(63.05%), 퀵오픈 성공률(58.21%) 등 공격 효율과 관련한 대부분 지표에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와 허수봉이 자리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고, 토스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띄우면 어떻게든 끝을 내주는 좌우 쌍포의 존재감 덕분이다. 여기에 서브 에이스(세트당 1.55개)와 블로킹(세트당 2.81개)까지 리그 수위를 달리고 있으니 공격력에서는 사실상 비견할 상대가 없는 셈이다.
허수봉은 이번 시즌 들어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우뚝 섰다. 공격 성공률 54.50%로 총 501점을 올리며 두 부문 모두 국내 1위고, 전체 순위는 각 3·4위다. 각 구단 외국인 주포들 사이에서 허수봉 홀로 국내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1명으로 불리는 레오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은 건 축복에 가까웠다. 전 소속팀 OK저축은행이 ‘내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뜻에 따라 레오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쥐고 있던 대한항공마저 레오를 건너뛰고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2순위 현대캐피탈은 망설이지 않고 레오를 지명했다. 레오는 공격 성공률 54.43%에 584득점으로 확실하게 기대에 부응했다.
국내 최고 공격수 허수봉과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 레오를 한 손에 쥐면서 현대캐피탈은 역대급 조합을 완성했다. 허수봉과 레오 서로가 공격 부담을 나눠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누구 한 명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날도 다른 쪽에서 풀어낸다. 둘 다 터지는 날은 상대는 막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허수봉과 레오는 압도적인 화력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5일 KB손해보험전 패배 전까지 현대캐피탈은 16연승을 달렸다. 2015~2016시즌 자신들이 세웠던 18연승 기록 몇 발짝 앞에서 아쉽게 연승을 마감했다. 연승 기간 현대캐피탈은 그야말로 무적에 가까운 팀이었다.
허수봉과 레오 좌우 쌍포에 아시아 쿼터 덩신펑(등록명 신펑)이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 전광인은 특급 조커로 제격이다. 워낙 경험이 풍부하고 리시브까지 안정적이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령탑이 가장 먼저 꺼내드는 카드다. 여기에 문성민, 이시우까지 웜업존에서 출격을 기다린다. 어느 한 곳 빠진데 없을 만큼 탄탄한 선수층을 갖췄고, 이번 시즌은 이렇다 할 부상도 없었다.
‘명장’ 필리프 블랑 감독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블랑 감독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독주를 이끌면서 팀 플레이와 선수간 소통을 줄곧 강조했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아무리 화려해도 팀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우리카드를 꺾으면서 시즌 6경기를 남기고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2017~2018시즌 4경기를 남기고 우승하면서 세웠던 자신들의 최단기간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9월 KOVO컵 우승에 이어 이번시즌 2번째 트로피를 손에 들었다. 이제 남은 건 챔피언결정전 승리 하나 뿐이다. 현대캐피탈은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던 2015~2016시즌, 최단기간 정규시즌 1위 기록을 세웠던 2017~2018시즌 모두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선 패하고 말았던 아픈 역사가 있다. 그때 만큼 어쩌면 그때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이번시즌,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당연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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