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패션업계가 2025년 신입 채용을 80% 이상 줄일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의류 품목부터 지갑을 닫은 가운데 업계 부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브랜드 철수가 이어졌던 2024년의 여파로 새해에는 패션업계 인력 감축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31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의류패션 기업들은 전년 2516명 대비 81% 줄어든 488명만 신입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같은 기간 경력 채용 규모 역시 2533명에서 995명으로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섬산련은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249개 의류·패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이 같은 결론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기업들은 특히 기획과 유통, 물류 부문의 신입 채용을 아예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관리(654명→13명)와 패션디자인(239명→139명)도 예정한 채용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 기획이 기업과 소비자 간 직접 소통을 통한 형태로 바뀌어 이 부문의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유통과 물류관리 역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주 업체에 맡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패션업계가 인력 규모를 줄이는 이유는 길어지는 업황 악화 흐름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의류·신발 소비지출은 11만 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가장 작은 3.9%를 기록했다. 의류 수출액 역시 올해 들어 11월까지 17억 5200만 달러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들었다. 지난 2021년 이후 감소세가 3년 연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2024년에는 패션 대기업의 브랜드 철수가 잇따랐다. 코오롱FnC는 지난 5월 럭키마르쉐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하반기 자체 브랜드인 남성복 프리커와 여성복 리멘터리의 운영을 중단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상반기 메종키츠네 골프 라인을 철수했다. 올해 LF는 랜덤골프클럽과 티피코시 사업을 종료했다. 시계 사업도 사업 효율화를 위해 정리 수순을 밟았다. LF는 3월 31일자로 해외 하이엔드 럭셔리 시계에 주력하던 온라인 전문관 ‘라움워치’의 문을 닫았다. 현재 사후 서비스 제공과 재고 소진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 중이다.
다른 패션업체들 역시 채용감축에 이어 기존 인력도 구조조정설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2025년에도 권고사직을 비롯한 인력 감축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본다. 가장 최근에는 코오롱FnC가 12월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실시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헤드’나 ‘잭니클라우스’의 사업 구조를 바꾸면서 직원들에게 직무 변경이나 권고사직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