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올해 분양 전년 70% 그쳐…신규사업 기피
공사비 지수 2020년부터 계속 상승…불확실성 확산 영향
업계 "공사비 정상화·PF 지원 등 정부 지원 필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건설업계가 불황 자구책으로 신규 사업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 분야는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 계획 확정을 미룬 건설사들 잔여물량 약 1만1000가구를 포함해도 전체 분양 물량이 16만가구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10만7612가구로 2024년(15만5892가구)의 69%에 그친다.
건설사들은 지난해에도 분양 계획 물량 중 33%에 해당하는 3만6231가구를 올해 분양으로 미뤘다. 올해로 미뤄진 분양 물량이 상당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함해도 지난해의 7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이월 물량 중 50% 가량은 지방에서 이월됐다. 지방 부동산 불황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은 이처럼 신규 사업을 최소화해 불황에서 소위 '버티기'기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중견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사업 수주에서 거리를 두며 재무 관리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대형 건설사들도 이 같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멈출줄 모르는 공사비 상승에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1월 129.77 △5월 130.2 △10월 130.32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30%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2020년 지수 100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지수는 △2021년(10월 기준) 116.79 △2022년 125.60으로 오르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요인으로 지난해 129.13으로 치솟은 뒤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은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인건비 및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받아 공사비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이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신년사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의 지속으로 공사비 상승,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하고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마저 상실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회장은 건설업계가 해결해야 할 10대 과제를 더욱 세밀하게 검토해 성과를 내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기술혁신과 제도개선 등으로 건설산업의 인식 개선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지원 확대로 불공정 관행 개선 △PF 사업 정상화 주력 등에 더해 △신기술·특수공법·공종 다양화 등 현장 여건을 반영한 공사원가 산정체계 및 표준품셈 현실화 등으로 적정한 공사비가 지급되는 현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 회장은 "주택산업은 바닥 서민경제와 국가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연관산업과 고용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타 산업에 비해 탁월하다"며 "주택건설산업이 정상화돼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PF 지원책으로 자기자본비율 위험가중치 차등 적용, 상호금융권의 충당금 규제 유예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동시에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대책과 민간 건설 임대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고 기부채납 부담도 경감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출 중단을 초래하는 대출 총량제 즉시 폐지, 주거지원 계층과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 우대금리 적용, 미분양 주택 취득자에 대한 세제감면, 도시형생활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제외 등 핀셋 정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밝혔다.
건설사들은 정부 지원 요청 외에도 자구책으로 인사 혁신과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위기 대응 체제를 갖추고 불확실성이 커진 대내외 환경을 해쳐나간다는 각오다.
한편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으로 이뤄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오는 7일 개최하는 신년인사회에는 정부와 국회, 건설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신년사 및 새해 정부정책 및 업계 경영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최소 상반기까지는 재무를 탄탄하게 다지면서 신규 사업도 신중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