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글로벌 머니가 만난 창업자
프롤로그
‘성공은 복제 가능한가?’
‘아이팟의 아버지’ 토니 퍼델(55)이 창업자의 멘토를 자처하며 내놓은 책『빌드(Build) 창조의 과정』을 보는 순간 기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궁금증입니다. 솔직한 표현으로는 의심입니다.
퍼델은 스티브 잡스의 은인입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고 4년 정도 흐른 뒤인 2001년 퍼델이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개발해 내놓았습니다.
그 시절 잡스는 애플을 되살리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때 퍼델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퍼델 사단’이 제안·개발한 아이팟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후 잡스는 사실상 쫓겨났다가 복귀한 애플에서 성공의 서사를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잡스의 숨은 구원투수였던 퍼델이 독자적인 창업(네스트) 경험 등을 바탕으로 풀타임(full-time) 멘토로 나서며 책을 썼습니다. 기자의 눈에 좀 진부한 패턴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 벼락부자들이 책을 내며 세상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곤 해서입니다.
그런데 화상(줌) 인터뷰였지만, 말문을 여는 순간부터 퍼델은 기자의 선입견을 부숴놓았습니다. 비서의 만류에도 인터뷰가 길어져 두 차례에 걸쳐 공유합니다.
① 내 창업 스토리와 실패
② 나와 스티브 잡스
미국인과 이야기할 때 정치는 꺼내지 않는 게 매너라고 한국엔 알려져 있다. 기자는 의도적으로 정치 이유를 묻곤 했다. 매너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사전 질문지에는 없던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미국이 새로운 대통령을 갖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이고 비즈니스 리더로서 이번 대선 결과에 만족하는가.
(예정에 없는 질문이어서 ‘하! 하! 글~쎄’라며 뜸을 들였지만 당황한 표정 없이 유쾌하게) 우선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우리(미국인)는 지금까지 아주 다양한 대통령을 경험했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첫 대통령은 제널드 포드(재임기간 1974~77년)였다. 리처드 닉슨은 (백악관에서) 걸어서 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미국이 회복력이 강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은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대통령도 있고, 싫어하는 대통령도 있지만 임기가 끝난 뒤에 내 인생은 그대로였다. 이처럼 내 인생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좋다. 미국은 성장하고 변하면서 적응한다.
“이재용은 내 절친!”
한국에 와본 적이 있을 듯하다. 『빌드』에도 한국과의 인연을 밝혔던데.
한국을 처음 가 본 해가 1995년이다. 이후 여러 차례 서울을 방문했다.
그때는 아시아 금융위기(1997년) 직전 아주 들떠 있던(roaring) 시대였다.
맞다.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나라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2000년 전후에도 한국에 갔다.
한국과 인연이 꽤 있는 듯한데, 2000년대 초 누구를 주로 만났나.
삼성의 제이 리(Jay Lee, 이재용)가 내 절친이다. 그를 2000년대 초에 처음 만났다. 벌써 23~24년 전 일이다. 그의 아버지(이건희 전 회장)도 만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림픽에 같이 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