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후 심리상담사/칼럼니스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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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대혼란 속에서 법원이 습격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장면을 뉴스로 지켜본 30대 남성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 사회에 양심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오늘은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최재천 교수가 2025년 첫 번째 키워드로 ‘양심’을 뽑으며 인간과 사회의 공정함은 결국 양심에서 출발한다는 양심의 중요성을 메시지로 남겼다. 양심은 불편한 마음에서 출발하며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공정이 된다. 그렇기에 지성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치졸한 공평이 아닌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 공평에 그치는 수준의 갈등으로는 오늘날의 남녀 갈등과 세대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최 교수는 “경제의 허리인 40대가 없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21년 만에 최저치로 세대 갈등을 더 심각한 문제로 만들고 있으며 노동인구와 부양인구가 마주 앉아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봐야 유치한 공평이 아니라 따뜻한 공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번 속으면 피해자지만 두 번 속으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공범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수준 낮은 정치가 지속된다는 것은 나쁜 공범관계가 공고하다고 바라볼 수도 있다. 이것부터 깨뜨려야 더 이상의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비양심적으로 살아도 크게 비난받지 않고 심지어 비양심적인 사람이 더 잘 사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누어주고 우리는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단지 공평일 뿐이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은 공정하고 따뜻해진다.
지금은 유치한 공평이 아닌 따뜻한 공정이 필요한 시대로 많이 받은 사람은 양보해 받지 못한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양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숨 쉬는 가족·사회·국가를 만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 양심이 통하는 가족이자 사회·국가가 될 수 있다. 결국 부모-자식 관계에도 솔직함이 있어야 양심이 통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내가 만약 지도자가 된다면 복지를 향상시켜 많은 것들을 해주겠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곤 한다. 말은 쉽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이야기하며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솔직함도 필요하고 이러한 솔직함을 보였을 때 상대방에게 겸손과 두려움이 없는 용기로 다가올 것이다.
말은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있다고 하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말을 더 많이 하곤 한다. 그렇기에 말을 달콤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결국 진실은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숨길 수 없는 그 사람의 눈빛과 행동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며 거짓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솔직하고 양심이 살아있는 조직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아는 사람은 없다.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솔직해질 수 있듯이 자신의 실수를 털어놓고, 모르는 것은 모르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이야기했을 때 비로소 양심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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