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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자하가 거보(莒父)의 읍재(읍장)가 되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속히 하려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말라. 속히 하려 들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챙기려 들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 ‘욕속부달(欲速不達)’, 즉 ‘서둘면 오히려 이루지 못한다’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서둘러 법을 집행하면 당장의 악행은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지만 마음, 사상, 이념 등의 통일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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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도 문자, 도량형, 수레바퀴 등을 법으로 통일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사분오열된 이념과 사상은 법으로 통일할 수 없었다. 이에, 모든 통일을 자기 시대에 완성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분서갱유(焚書坑儒:사상을 담은 책을 태우고 학자를 죽여 버림)’라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양극화와 비타협이 극심한 우리의 현실도 서둘러 해결하려 들다가는 자칫 유혈사태를 부를 수 있다.
대선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아! ‘꼭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으로 서두르지 말고, ‘내가 안 해도 좋으니 제발 바르게 하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국민을 감화시켜라. 그게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당신 또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