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2020년 초 양부남(현 민주당 의원) 부산고검장이 수하 간부를 호출했다. 몇 분 뒤 고검장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한동훈(현 국민의힘 대표) 부산고검 차장이었다.
고검 차장은 검사장 보직이다. 검사장은 검찰의 별, 검사의 꿈이다. 하지만 그가 입기에는 초라한 옷이었다. ‘조선제일검’으로 칭송받으면서 승승장구했던 특수통, 그리고 이미 전국의 특수검사들을 호령하던 대검 반부패부장(옛 중수부장)까지 역임했던 그다.
그의 입장에서 부산고검 차장은 하방이다. 아니 그냥 하방 수준이 아니라 귀양살이나 다름없었다. 2020년 추미애(현 민주당 의원)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윤석열 사단’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단행됐다. 윤석열(현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그는 맨 앞에서 가장 먼저 살을 맞았다.
지방에서 와신상담하던 그를 양부남이 불렀다. 소싯적 대검 중수부 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형님, 부르셨어요?
응, 왔어? 다름이 아니고 내가 너 호(號)를 하나 지어주려고 불렀어.
호요(웃음)? 좋죠. 뭐 좋은 거 생각하셨어요?
응, 너한테 딱 맞는 게 떠올랐거든. 뭐냐 하면 말이야.
양부남은 침을 한번 삼킨 뒤 말을 이었다.